밀렵꾼들의 ‘코끼리 엄니’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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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사냥꾼 / 조원희 지음 / 이야기꽃

야생의 코끼리가 조련되기까지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는다고 한다. 참혹한 조련 과정을 거쳐 코끼리는 묘기를 선보이고 사람을 등에 태우며, 일상에서 사람과 공존한다. 코끼리의 위턱에서 나서 입 밖으로 둥글게 뿔처럼 나온 코끼리의 엄니, 흰 상아는 고급공예품의 소재. 상아 도장이나 악기 등은 수요가 잇따르는 동서고금의 명품이다.

상아 채취를 위한 불법 밀렵이 성행하고,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무국에 따르면 2010∼2013년 4년간 무려 12만여 마리의 코끼리가 밀렵꾼에 의해 살해됐다고 한다.

코끼리의 시각에서 밀렵을 다룬 그림책이다. 코끼리는 벌거벗은 회색빛 피부의 어린이로, 밀렵꾼은 코끼리 얼굴에 청색 상의의 제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사냥꾼은 총으로 코끼리를 사살한 뒤 엄니를 뽑아낸다. 이빨 시장에는 흰 엄니들이 늘어서 있다. 상아 소재의 파이프, 지팡이, 촛대는 신사숙녀의 애장품이 된다.

한 아이가 이상하고 무서운 코끼리 밀렵에 대한 꿈을 꾼다. 그리고 꿈이야기를 전하겠다고 생각한다. 글을 거의 생략한 그림책은 밀렵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코끼리의 뒷모습처럼 깊은 울림을 남긴다. 2013년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이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