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장 紀行>사방이 山… 계곡의 雲霧… 동양화속 라운드하는 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남광주 골프장 남코스 8번 홀은 넓은 페어웨이와 용암산이 한눈에 보인다. 남광주 골프장 제공

빼어난 중국의 선사(禪師)들 가운데 마조도일(馬祖道一)이 있었다. 그는 쓰레기 줍는 사람의 아들이었다. 그는 득도를 한 뒤 고향을 방문했다. 위인이 고향을 찾았다면서 온 고을이 떠들썩한 가운데 이웃집 할머니가 그를 보더니 말했다. “어느 위인이 왔나 싶었는데 쓰레기 줍는 사람의 아들이 왔구먼….”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조도일은 그 후 주변 사람들에게 고향엔 다시는 가지 말라고 했다. 필자가 알고 지내던 어떤 분도 고향으로는 낙향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의 고향인 전남 진도는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서울의 고교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난 이후 고향 사람보다는 객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 아내도 대구 출신이고, 골프장도 전라도 쪽보다는 강원도나 경상도 쪽을 더 다녔다. 어머니를 뵈러 오가는 길에 들르는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에 몇 차례 다녔던 게 전부였다.

지난 주말 고향에서 가까운 전남 화순의 남광주CC를 다녀왔다. 남코스 1번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의 느낌은 데자뷔(DejaVu)였다. 처음 왔지만 언젠가 와 본 듯했다.

이 골프장은 88, 자유, 이포, 용인블루원, 송추CC 등을 설계한, 토종골프 설계의 대가 김명길 씨였다. 전형적인 산지에 만들어진 코스로 페어웨이의 잔디는 익숙한 중지였고, 홀마다 투 그린 시스템이었다.

또 남광주CC를 중심으로 서북향은 무등산, 동북향은 예성산과 용암산 등이 있고, 남쪽은 천태산이 있다. 플레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온통 산뿐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 풍경이 꼭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특히 예성산과 용암산 사이의 능선과 계곡 사이를 채우고 있는 운무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남광주CC가 들어서기 전까지 화순군은 2차 산업이라야 기껏해야 호남에서 유일하다는 석탄 광산이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폐광촌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 화순에 남광주CC는 레저산업의 불을 지핀 선구자였다.

5번 홀을 지나 그늘집에 이르는 동안 옆 홀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홀의 양쪽은 숲이 우거져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골프장들과 달리 홀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까닭이 있었다. 남광주CC는 부지 매입 당시 27홀을 만들려 했지만 실제로는 18홀만 조성했다. 그만큼 코스가 여유가 있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골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라커룸 입구에 박창열 회장의 선대인 고 박헌동 회장의 청동제 흉상이 진열돼 있다. 그것을 기점으로 클럽하우스 곳곳에는 다양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로비와 식당, 라커룸, 파우더룸에 그림이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늘집마다 차 한잔 마시면서 볼 수 있도록 빠지지 않고 그림 몇 점씩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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