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박관천의 ‘허구’… ‘미행보고서’ 제3의 인물 지시?

검찰이 박관천(48) 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미행설 보고서’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박 경정이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윗선의 지시’ 혹은 ‘개인의 존재감 과시 또는 승진’ 등 박 경정의 허위 문건 작성 이유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의 출처로 알려진 ‘미행보고서’의 내용이 모두 허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미행보고서 역시 정윤회 문건과 마찬가지로 박 경정이 작성했다. 검찰은 보고서에 적시된 ‘제보자’와 ‘오토바이 미행자’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17일 소환해 실제 미행이 있었는지, 그 사실을 박 경정에게 전했는지를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미행자로 적시된 인물은 박 회장을 미행한 사실도 없고 오토바이도 20년 전부터 타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며, 제보자 역시 박 경정을 알긴 하지만 미행설과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고서에 미행을 사주한 인물로 알려진 정윤회 씨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미행보고서 역시 박 경정이 각색한 허구라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박 경정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박 경정이 지금까지 인터뷰한 내용 중에 수사 과정에서 진실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며 “박 경정이 왜 (미행)문건을 작성했는지 오늘 집중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박 경정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민정수석실 내 또 다른 제3의 인물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경정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전 비서관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경정이 미행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경정이 자신의 실력이나 가치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청와대 재직 당시 이 같은 첩보 문건 등을 다량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일개 행정관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 경정은 체포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입은 지퍼”라며 여전히 무언가를 더 폭로할 것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 씨와 ‘청와대 3인방’ 비서관을 음해하려는 또 다른 인물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정민·정유진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