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매일 아침 전교생 산책하며 “나는 ○○○될 것” 외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인수(왼쪽) 용정중 교장이 지난 12일 교장실에서 한 학생이 쓴 주간생활계획표를 점검하고 있다.

“성격에 변화가 많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중학교 과정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 시기엔 큰 꿈을 그리게 하고 올바른 습관과 체력, 대담성을 길러주면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고향인 전남 보성에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인 용정중을 설립해 12년째 운영해온 황인수(71) 교장의 신념이다. 그는 실력과 인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교육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용정중 입학경쟁률이 해마다 10대 1에 달하는 것이 그 것을 방증한다.

지난 12일 교장실에서 만난 황 교장은 “대다수 프로그램이 수년 전부터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전남도 부교육감으로 정년퇴직하던 해인 지난 2003년 사재를 털어 보성강 변의 폐교를 매입해 용정중을 설립했다. 이후 기존 학교 교육을 보완할 프로그램을 발굴, 적용하는 데 힘써 왔다.

황 교장의 일과는 오전 5시 50분 잠에서 깨어난 전교생(6개 반 132명, 전원 기숙사 생활)을 급식실로 모이도록 해, 참기름에 3개월간 재워 숙성시킨 은행알 3개씩을 먹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황 교장은 “겨울방학 시작 전까지 3주간 매일 먹이는데, 기관지에 좋아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루 세끼를 학생들과 함께 급식실에서 해결하는 황 교장의 ‘할아버지’ 같은 자상함이 돋보인다. 황 교장은 해마다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되면 전교생을 학교 앞 들판으로 데리고 나가 연날리기를 한 뒤 고구마를 직접 구워 주기도 한다.

이 학교에는 꿈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유난히 많다. 전교생은 매일 아침 산책 후 운동장에서 “나는 ○○가 될 것이다”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누가 어디서 물어도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황 교장의 신념에 따른 것. 학생들은 또 45세가 됐을 때 어디서 어떤 사람이 돼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는 ‘미래 이력서’를 쓴다. ‘미래 이력서’에는 직책과 직위, 아내는 어떤 사람이며 자녀 수까지 적어야 한다. 졸업식 때는 자신의 꿈에 대해 적은 글을 꿈단지(타임캡슐)에 넣어 교정에 묻고 20년 후 꺼내볼 것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습관을 바로잡는 교육은 주간생활계획표에서 비롯된다. 학생들은 매주 학교 스케줄을 고려한 ‘주생계’를 스스로 작성해 실천에 옮기는데, 그 효과는 고교에 진학한 졸업생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황 교장은 맑은 정신과 체력, 대담성을 기르는 교육도 중시한다. 먼저 국선도를 매일 1시간 정규 수업에 편성했다. 또 매년 한 차례 전교생이 지리산 종주(3박 4일)를, 3학년생은 해남 땅끝에서 학교까지 걸어 오는 남도순례(3박 4일)까지 하도록 한다. 물론 황 교장도 대부분 동참한다.

황 교장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본 아이들이 시간 아까운 줄도 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용정중에서는 다도, 골프, 요리 등 20여 가지 취미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진행된다. 특히 전교생이 관악기 1개 이상을 다룰 수 있는데, 이들이 학교 축제, 군민 축제 등에서 빚어내는 하모니는 수준급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용정중 졸업생들이 3년 후 대학입시에서 낸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2013년과 2014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졸업생 70명 중 절반 이상이 서울 소재 대학(서울대 5명 포함)에 진학했다. ‘인 서울’이 아닌 의·치대, 포스텍 등에 진학하거나 외국 유학을 간 이들도 꽤 있다. 올해 ‘보성군민의 상’을 수상한 황 교장은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많은 프로그램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보성=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