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화정책 정상화땐 국내서 8조6000억 빠져나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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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23개국중 5번째 많아
3개월간 GDP比 2.39% 유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유의를

미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할 경우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자본 규모가 주요 23개 신흥국 중에서 5번째로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액수로는 8조6000여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신흥국 자본 유입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종료하고,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로 미 국채금리와 연방기금선물금리 등이 상승할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특히 통화정책 정상화 후 3개월 동안 한국과 브라질, 중국, 인도 등 23개 주요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자본 규모는 23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2013년 3분기 기준) 1.24%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축소 규모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후 3개월 동안 자본 유출 규모가 GDP 대비 2.39%로 23개 신흥국 중 5번째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규모 대비 자본 유출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액수로는 2013년 3분기 GDP가 363조3억 원임을 감안하면 8조6757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3개 주요 신흥국 중 자본 유출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 나라는 헝가리로 GDP 대비 3.95%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GDP 대비 3.88%, 말레이시아는 3.18%, 태국은 2.64% 등으로 자본 유출 예상 규모가 컸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자본 유출 규모가 GDP 대비 0.27%로 가장 피해가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역시 자본 유출 규모가 GDP 대비 0.54%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BOC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5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하면서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은 신흥국의 자본 유출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줘 왔다”고 설명했다. BOC는 이어 “작은 규모의 자본 유출입이라 하더라도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정책당국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