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집 내부에 친환경 난방장치를 설치한 몽골 울란바토르시의 한 가족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유목생활을 하다가 가축을 전부 잃고 2002년에 수도 울란바토르로 왔어요. 낯선 도시에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동사무소의 추천으로 굿쉐어링에서 일하게 됐죠. 제작 파트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승진해서 매니저 일을 맡고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친환경 난방장치 ‘지세이버(G-SAVER)’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굿쉐어링(GOOD SHARING)’에서 근무하는 벌러르마 씨는 “대학도 나오지 않은 제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굿쉐어링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굿쉐어링은 한국에서 설립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사회적기업이다.
몽골은 2000년대 들어 혹독해진 추위로 많은 수의 유목민이 가축과 생활터전을 잃었다. 유목민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목민은 빈곤 인구로 편입돼 추위 속에서 살고 있다.
2009년 세계은행이 조사한 결과 몽골의 빈곤율은 봄에는 25.1% 정도인 데 반해 겨울에는 42.1%까지 늘어난다. 겨울철 난방에 지출하는 비용이 겨울철 소득의 45%에 달해 빈곤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난방 시설에 석탄을 사용하고 있어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울란바토르는 미세먼지 농도(PM10)가 평균 279㎍/㎥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시다. 대기오염원의 50% 이상은 난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높은 연료비 부담과 대기오염 등 몽골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굿쉐어링’을 설립했다. 적정기술이란 현지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현지인이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고,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굿네이버스는 적정기술의 보급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시키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10년 9월 지세이버를 생산하는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지세이버는 굿네이버스가 개발한 적정기술이 적용된 장치로,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 내부에 설치된 난로 위에 부착하는 축열기다. 열을 저장하고, 다시 역류시키는 기능을 가진 지세이버는 원료소비량을 줄이면서 실내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지세이버를 사용하면 연료사용량을 약 40%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세이버는 단순히 연료 절감뿐만 아니라 유해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동안은 난방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실내에 고스란히 남아 가족의 건강이 위협받기 일쑤였다. 몽골 정부가 2011년 낸 통계를 보면 몽골인의 연간 사망 원인 중 5위가 호흡기계 질환으로 나타났다. 지세이버는 이산화탄소 배출 44.5%, 일산화탄소 배출 46.5%를 저감시킬 수 있다.
굿쉐어링 직원 이정호 씨는 “한국의 온돌에서 착안해 난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축열장치를 만들었다”며 “몽골의 전통난로 위에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매우 간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세이버는 단순히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현지에 공급하는 모델이 아닌 한국의 기술과 현지의 재료를 갖고 현지인이 직접 장치를 생산해 보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일정 수준의 성장을 달성한 이후에는 지속적인 자원의 투입 없이도 현지인이 기업 운영을 계속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굿쉐어링은 2014년까지 지세이버 2만 대를 보급했고, 2016년까지 7만2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굿쉐어링은 연료비 절감과 환경개선 효과와 함께 현지 주민들을 직접 고용해 소득창출의 효과도 내고 있다. 현재 굿쉐어링은 울란바토르와 자브한 두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두 공장에는 행정직, 생산직, 보급직을 합쳐 90여 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했다. 단순한 고용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역민 역량강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몽골 자연환경녹색개발부 산하 대기오염감소위원회는 이 같은 굿쉐어링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위원회는 2014년 몽골 내에서 대기오염 감소활동을 하는 기업과 단체를 선정해 녹색제품 인증서를 수여하고, 홍보비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지난 11월 21일 굿쉐어링은 위원회로부터 녹색제품 인증을 받았고 홍보 지원금 580여 만 원도 받았다. 울란바토르 시청은 2012년 지세이버 사용 확대를 위한 자금지원을 결정해 울란바토르 바양골구에 지세이버 1500대가 보급된 바 있다. 올해 자브한 지방정부는 굿쉐어링에 예산을 지원해 지세이버 5000대를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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