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채왕, 검·경 관계자도 관리” 파악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모(61·구속기소) 씨는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수원지법 판사가 검사이던 시절부터 ‘먼 친척’이라는 연결고리로 접근해 꾸준히 ‘관리’를 해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최 씨는 최 판사 외에도 검찰수사관 및 경찰들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살포해 자신이 연루된 사건들의 수사축소·무마 등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동향 출신인 최 판사의 친척를 통해 최 판사를 소개받았다. 2008년 당시 최 씨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변호사법 위반과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마약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 최 판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가 수사하고 있던 최 씨의 마약사건 수사기록을 검토해 주는 등 실제로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역시 이번 사건에서 최 판사의 친척가 최 판사와 최 씨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 만큼 “친인척과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긴급체포 영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최 판사는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4월 대법원 등에 “고향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최 판사는 2008년 말 판사로 임명됐으며, 사법연수원에서 판사교육을 받던 도중인 2009년쯤 최 씨로부터 직접 2억6000여 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최 판사뿐만 아니라 자신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 수사관은 물론 경찰관들에게까지 금품을 상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과거 내연녀로 알려진 이번 사건의 제보자 역시 지난 17일 검찰 조사에서 최 씨가 2008∼2011년 사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축소·무마를 위해 수천만 원을 검찰 수사관 3명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최 씨가 경찰관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상납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최 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경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결정할 방침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