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阿! 우린 중국의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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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의 시청자 전화 참여 프로그램 단골 사연은 단연 만국 공통으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전역에는 그중에서도 조금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단골 주제로 소개되고 있다. 주로 남성들이 “내 여자친구를 다른 남자에게 뺏겼다”며 “그 남자는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긴 중국인인데 돈이 많은 것 같다”고 한탄하는 내용이다. 이 사연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와 같은 이야기가 유행하는 것은 아프리카 내에 중국인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동시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가지는 점차 커지고 있는 ‘분노’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17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장 큰 교역 대국으로 부상했다. 한 해에 1600억 달러(약 173조5520억 원) 규모를 거래하며, 지난 10년 사이 100만 명 이상의 중국 노동자와 교역 종사자들이 아프리카로 들어왔다. 상호 관계도 좋았다. 중국이 자국의 국영 기업들을 통해 아프리카의 광산 개발이나 도로 정비 사업을 도맡아 하자 아프리카 사람들은 ‘도움이 되는 국가’라고 인식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가지는 애정도 각별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991년부터 25년째 매년 첫 국외 순방지를 아프리카로 삼고 있다. 올해도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새해 첫 순방지역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해 12일부터 17일까지 케냐, 수단, 카메룬, 적도기니, 콩고민주공화국 등을 방문했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식민지?’… 아프리카 내 중국 반발 여론 확산

하지만 최근 들어 아프리카의 ‘중국 열풍’에 역풍이 불고 있다. 아프리카 내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교역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국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미국 작가가 쓴 책 제목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을 자국의 식민지(second continent)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을 겨냥, ‘아프리카는 중국과의 로맨스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칼럼을 통해 “아프리카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에 스스로 문을 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누시 총재는 특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더는 아프리카 국가와 같은 저개발국이 아니다”라며 “서방과 같은 착취 능력을 갖춘 거대 경제국”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가 중국에 분노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그중 하나는 ‘아프리카의 원자재를 가져가고 중국의 공산품을 아프리카에 판매’하는 행태다. 앞서 사누시 총재는 “중국이 자원을 빼가고 공산품을 판매해 아프리카 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저개발도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충분히 생산 가능한 것들을 더 싼값에 공급해 더는 생산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기술 이전 등의 교류 없이 원자재를 값싼 가격에 가져가고, 중국 내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며 새로운 시장으로 아프리카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국은 지난 2012년 교역액만 2000억 달러가 넘어 2000년보다 20배 성장했으나, 이 기간 동안 생산(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12.8%에서 10.5%로 감소했다.

◇민주화된 아프리카, 중국의 권위적 사업 진행에 불만… 왕이 “국제 관계 기본 준칙 지킬 것”

아프리카의 정치 및 사회 체제가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며 발전하고 있어 ‘중국식’ 운영 방침과 충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의 시민 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과정의 투명성과 인권 존중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때문에 중국의 권위적이고 불투명한 사업 진행이나 환경 및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로 부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2013년 니제르의 아제리크 광산 노조원은 중국핵공업집단공사를 상대로 “법률에 보장된 복지와 근로 환경 개선 요구에 대한 협상을 시도했으나, 회사 측이 거부하고 있다”며 파업을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에 무심했던 중국도 최근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눈치다. 지난 12일 왕이 외교부장은 아프리카 순방길에서 “우리는 서방의 ‘식민지 개척’과 같은 구시대적 행보를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해 중국이 더욱 큰 작용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도 인식했다”며 “우리는 계속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지키는 기초 위에서 당사국의 수요와 희망에 따라 현안 해결을 위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도 ‘중국과 당장 이혼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교역 규모로 봤을 때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중산층 또는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에 아프리카가 중국과 교역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교육과 기술 개발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많이 투자해 산업 측면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