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불량률 47%” 지적 눈감아… 전력화 밀어붙이는 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11 소총 사고뭉치 전락
전문가 “설계 등 근본적 결함”

‘깨지고, 터지고, 휘어지고, 부서지고….’

K-11 복합소총 생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다. 지난해 9월 내구도 품질보증 검사에서는 벌써 네 번째 결함이 발견됐다. 사격통제장치 몸체(하우징)에서 나사가 풀리고 균열이 생기는 문제가 포착된 것이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국방규격서에 따라 무작위로 샘플을 뽑아 실시한 6000발 내구도 품질보증 검사에서 4000여 발을 발사하는 도중 총기 왼쪽 부분 사통장치 몸체 나사가 풀리고 두어 군데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거듭된 결함 발생에 무기전문가들은 사통장치의 설계 또는 내구도에 근본적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11 소총의 전력화가 5년 이상 지연되자 사업 추진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이 충분한 시험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돼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K-11 소총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수의 결함을 드러냈다”며 “사업 자체의 현실성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사 풀림·균열 결함과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총열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고 부품을 연결하는 이음매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업체는 약한 플라스틱 재질 등에 충격이 계속 가해져 생긴 제조공정상의 결함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균열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내구도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기전문가들은 이번 사통장치 균열과 나사 풀림 현상에 대해 장치 또는 설계 자체의 근본적 문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발사 시험에서 나사가 빠지는 것은 충격 완화에 대한 사전 설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결함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탄의 걸림이나, 노리쇠뭉치 고장 등 다른 결함이 있었는지 정밀하게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국산무기는 기존의 총기에 복잡한 전자장치를 장착한 사례가 없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통장치 등 설계상의 오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11 소총은 전력화 초기부터 수차례 결함을 노출했다.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당시 김장수 새누리당 의원은 “K-11 소총 1차 생산품 불량률이 4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 타당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기체계의 경우 불량률이 1%만 나와도 ‘불량품’으로 간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40%대의 불량률은 사업 타당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사격 후 충격에 의한 소총 축 변형 등 10여 가지 결함에 대해 군 당국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력화를 재개했지만 2011년과 2014년 총열 내 20㎜ 공중폭발탄이 폭발하는 등 ‘사고 및 고장→양산 연기→결함 확인 발표→재양산’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