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대통령의 스윙도 볼 수 있었으면…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유관 부처들이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고, 골프업계는 곧 불어올 훈풍에 들뜬 모습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세리가 ‘맨발 샷’ 투혼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했을 때는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만들겠다고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냈고,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 우승했을 때는 정부가 대한골프협회에 골프유망주 육성기금으로 1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골프정책은 크게 나아진 게 없는 현실입니다.

외국 여행이 흔해진 요즘, 사람들은 미국과 비교하면서 “한국은 골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골프 치기가 눈치 보인다”며 한마디씩 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골프에 대한 선입견 때문입니다. 우리의 골프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조세정책에서 골프는 사치성 운동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라면 박세리와 최경주 등 골프선수들은 ‘사치성 운동’을 해 온 셈이고, 정부는 그동안 이들 골프선수에게 국가를 위해 공헌했다며 훈장을 수여해온 겁니다.

제 주변에는 외국 공관 파견이나 국비지원 유학 등을 통해 ‘골프 도사’가 돼 돌아온 공직자가 여럿 있습니다. 이들은 ‘가장 싼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골프였다’는 무용담을 들려주면서도, 한국에서는 경직된 분위기 탓에 골프의 ‘골’ 자도 벙긋하지 못합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골프 활성화 발언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 대회 ‘명예의장’직을 수락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회의 성공적인 흥행과 전 세계에 한국 골프의 위상을 알려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골프인들은 크게 반기고 있지만, 평소 골프와 담을 쌓아 온 박 대통령이 대회가 끝나면 골프에 대한 관심 또한 예전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있습니다.

백 번의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년 3월이면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서 국내 골프 산업을 대표하는 ‘골프용품쇼’가 열립니다. 만일 박 대통령이 골프산업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해 직접 골프 클럽을 잡고 스윙이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아직도 ‘골프 금지령’ 해제를 반신반의하는 공직자나 골프 정책을 만들어야 할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 골프산업 종사자들에게 이번에는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