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환타·다이어트… 衣食住로 본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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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 박경호지음 / 한빛 비즈

웨딩드레스가 본래부터 반드시 흰색이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이전 결혼식을 묘사한 그림이나 문학 작품에는 노란색, 파란색, 심지어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등장한다. 흰 드레스가 절대적인 여성의 결혼 의상이 된 것은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다. 18세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여왕으로 등극한 그의 결혼은 전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다.

결혼식 당일 신부는 결혼식장을 온통 흰색으로 꾸몄다. 웨딩드레스뿐 아니라 들러리로 초청된 12명의 공주들에게도 흰 드레스를 입혔다. 당시 기록은 그날 결혼식장에서 흰색이 아닌 것은 신랑이 선물해 여왕의 가슴에 단 파란색 브로치밖에 없었다고 묘사한다.

여왕이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만큼, 결혼식 또한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귀족을 중심으로 순백의 결혼식이 유행했다. 이후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던 흰 옷감이 표백기술의 발달로 싸지면서 서민층까지 흰 웨딩드레스로 통일하기에 이르렀다. 1920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선보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웨딩드레스는 유행을 관습으로 바꾸는 데 한몫했다.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는 이처럼 입고, 먹고, 짓는 의식주를 통해 경제원리를 소개한다.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 문제는 모두 경제 문제’라는 책의 부제는 저술 의도를 정확히 담고 있다. 저자인 박경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보다 쉽게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우리 주변의 익숙한 의식주 문제에 주목했다”고 했다. 네이버캐스트에 ‘의식주 경제학’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내용이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책으로 묶였다.

순백 웨딩드레스의 유래에서 배울 수 있는 경제원리는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다.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재화를 덩달아 소비하는 현상으로,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황금을 찾아 떠난 이웃을 따라 많은 마차(밴드왜건)들이 우르르 서부로 향한 역사에 빗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과 맞아 떨어진다. 그것이 맛이 있건 없건 따윈 중요치 않다. ‘밴드왜건 효과’가 강해지면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되고 때론 관습으로도 굳어진다.

‘환타’의 탄생에는 ‘대체재’라는 경제원리가 숨어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전, 독일은 미국 다음의 코카콜라 소비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적국으로 참전하면서 콜라 원액을 더 이상 공급받을 수 없었다. 독일은 콜라를 대체하기 위해 음료 개발에 몰두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환타다. 하지만 이제 환타는 정확한 의미에서 콜라의 대체재가 아니다. 대체재는 한 재화(환타)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다른 재화(콜라)의 수요가 감소해야 한다. 코카콜라는 1960년 환타를 인수했기 때문에 이런 경쟁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책은 나폴레옹 시절 군복이 화려했던 이유, 지방의 대형 마트가 과도하게 큰 이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보험회사가 초고층 빌딩을 소유하려 하는 이유 등을 통해 역선택, 선점 효과, 미래 편익에 대한 평가 절하, 신뢰감 부여 같은 경제 원리도 설명한다. 앞서 저자는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통해 역사나 명화, 음악 등 인문학의 여러 테마 속에 숨어있는 경제학을 소개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