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기상·기후 빅데이터 활용’ 달라지는 기상청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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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400㎜로 1970년대(124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집중호우가 내렸던 횟수는 같은 기간 1.7배 늘었다. 기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만큼 기상·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상·기후 정보가 국가 경쟁력과 국가 안보 등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보다 정확한 기상서비스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기상정보 산업이 다양한 경제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상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10년 사이 65%, 유럽은 72%, 일본은 14%씩 기상 서비스 시장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올해 기상 기후 빅데이터 산업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기상 사업자와 협력해 기상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15년부터 달라지는 기상청 서비스 10가지를 소개한다.

1 빅데이터 서비스 시동

기상청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빅데이터 서비스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기상 상황이 개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는 서비스하지 않았다. 빅데이터 서비스는 과거 기상 데이터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기상 피해 현황, 지역별 도시화 정도 등을 분석해 지역마다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된다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단순히 비가 얼마나 내리겠다는 예보를 넘어선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서비스 TF는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울산 등 남부 해양 도시 등의 호우 피해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아직은 시범실시 단계라 실제로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지만, 올해는 더 활발하게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서비스 TF가 지난해 호우 피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시화가 비교적 균일하게 진행된 서울의 경우 대체로 강수량이 호우 피해 정도를 좌우했다. 반면 부산·울산 등 남부 해양 도시는 지역별 인프라 발달 정도와 토양의 상태 등이 강수량보다 호우 피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 관련 빅데이터가 상당 수준 축적되면 향후 기상 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날씨경영으로 경쟁력 제고

기상청이 진행 중인 빅데이터 서비스는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민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 한 해 동안 민간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10개 분야 빅데이터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우선 기상 빅데이터를 분석해 농산물 생산량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서비스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는 기상 빅데이터 정보로 양파, 고추 등 농산물 수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

신용카드 정보와 기상 빅데이터를 융합해 날씨에 따른 소비 패턴을 민간 기업에 알려줄 수 있고, 날씨에 따른 응급·고혈압 환자 발생 추이를 병원에 제공할 수도 있다. 기상 빅데이터는 외부 온도와 건물 내 에너지 사용량의 상관관계를 밝혀내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작업에도 활용된다. 또 여름 기상 상황에 따른 사람들의 해수욕장 등 관광지 방문 패턴과 교통량 변화도 분석해낼 수 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동네슈퍼 등 소상공인에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날씨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인지, 습도가 높은 날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 양상 등 정보를 제공받아 재고를 줄이고 경영을 효율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는 1차 운영으로 대략적인 빅데이터 정보를 소상공인에게 제공했다면 올해는 더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 이산화탄소 농도 실시간 제공

이산화탄소는 대기 물질 중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하는 사항이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상청은 올해 2월부터 이산화탄소의 일평균 농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월평균과 연평균 농도를 연 1회 공개하는 데 그쳤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일평균 농도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면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올해 2월부터 안면도에서 한반도 서쪽의 이산화탄소 일평균 농도를 제공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제주도에서 남쪽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제공된다.

4 총 자외선지수 서비스

자외선은 피부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상청은 현재까지 백내장과 피부암 등을 유발하는 자외선 B 지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왔다. 최근 피부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오는 3월부터는 피부노화에 영향을 주는 자외선 A 지수까지 포함하는 총자외선 지수를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어 8월부터는 자외선 유해 정도, 자외선 노출시간 등을 지수로 환산해 ‘건강자외선 지수’를 제공할 예정이다.

5 동네예보 빈틈 줄이기

기상청은 3일 단기예보, 8일 중기예보, 3개월 장기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단시간에 발생했다가 소멸하는 기상현상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1시간 단위로 최대 3시간 후까지 발생할 기상상황을 예측하는 ‘초단기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부터 최대 3시간이었던 초단기예보 제공 범위를 최대 4시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12가지 기상요소를 토대로 전국 읍·면·동 단위에 갑작스러운 기상상황을 알려주는 동네예보도 예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오는 3월부터는 오늘부터 모레까지의 동네예보가 서비스된다.

6 지진통보시간 획기적 단축

지진 발생은 대체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지진정보가 제공되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상청은 지진 발생 120초 이내에 지진속보를 제공하고, 300초 이내에 지진통보를 발표해 왔다.

올해부터는 지진속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가 시작됐다. 지난 1월부터 기상청은 지진재난대응 기관을 중심으로 지진 발생 후 50초 이내에 지진정보를 통보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 단계를 거쳐 일반 국민에게도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2020년까지 지진 발생 통보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하고, 지진 발생 시 자동으로 방송에 관련 자막이 뜨는 재해대응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7 이안류 등 해수욕장 예측 정보

여름휴가철 해수욕장을 찾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이안류(Rip Current)’ 발생 예측정보 대상 해수욕장이 확대된다. 이안류는 해안 가까이서 파도가 부서지면서 한곳으로 밀려온 바닷물이 좁은 폭을 통해 다시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흐름을 말한다. 유속이 초속 2∼3m/s에 달해 이안류를 만나면 피서객이 순식간에 먼바다로 휩쓸릴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2011년부터 해운대해수욕장의 이안류 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제주 중문해수욕장과 양양 낙산해수욕장을 이안류 예측정보 제공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부터는 보령 대천해수욕장까지 이안류 예측정보 제공이 확대된다.

8 똑똑해진 슈퍼컴퓨터

극단적인 형태의 기상 재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정확한 기상 예측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이 관측한 기상자료를 수집해 최종적인 예보를 생산해내는 시스템이다. 성능이 좋을수록 예보는 더욱 빠르고 정확해진다.

슈퍼컴퓨터 3호기를 사용해온 우리나라는 예산 550억 원을 투입해 오는 5월부터 슈퍼컴퓨터 4호기를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보다 2배가량 정밀하고 속도는 1.5배 이상 빠른 예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 변화에 따른 위험에 미리 대응하고 강수량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9 기상사업 등록기준 완화

기상서비스 분야는 기상장비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발맞춰 기상청은 지난해 말 기상서비스 분야 활성화를 위한 ‘기상산업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기상사업자 등록 기준을 상근 인력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하는 등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기상서비스 분야에 여러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고, 국민과 기업은 다양한 기상예보 및 기상서비스를 민간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10 기상정보 문자서비스 확대

올해부터 독거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에 제공되는 기상정보 문자서비스 대상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기상청은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서툰 계층이 기상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과 취약계층을 돌보는 독거노인·장애인 관리사 등에게 문자를 통해 기상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2011년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도권 지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전국의 모든 취약계층에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감기 가능 지수가 높거나 뇌졸중 지수가 높은 날씨니 외출을 자제하라거나, 식중독 지수가 높은 날씨니 음식을 조심하라 등 내용으로 정보 접근성이 낮은 분들의 기상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