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국회의원들은 쏙 빠진 ‘김영란法’

언론인·사립교원은 끼워넣기
법사위원장 “문제점 알면서도
포퓰리즘에 꽂힌 졸렬 입법”

위헌소송 등 부작용 심각 우려

여야는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을 처리한다. 그러나 과잉 금지의 원칙과 양심 및 언론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독소조항이 수정되지 않은 채 처리될 것으로 보여 법 시행 시 위헌 소송 제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언론인·사립교원 등 일부 민간 부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도 공직자의 법 적용 가족 대상을 배우자 한 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등 정작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은 법 조항에서 쏙 빼는 등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중에서도 법 통과 후 1년이었던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로 연기해 19대 국회 때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은 얄팍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는 법 적용도 받지 않고 수정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선정주의적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꽂혀 합의한 ‘졸렬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법 만드는 게 무슨 벽돌 찍는 것이냐”며 한탄했다.

이번 법안에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또는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이 제외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극약 처방이라면서 정치인들이 가장 예민할 수 있는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위헌 요소가 추가되면서 법 제정 정신이 훼손됐고 법 시행을 유예한 것은 꼼수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