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핀테크 걸음마 떼자마자 … 금산분리 묶여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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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핀테크(IT금융)와 같은 새로운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엄격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상대업종 소유·지배 금지)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선진국에서도 금산분리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만큼 엄격하게 시행하는 국가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5일 미국 경제연구소인 밀켄 연구소는 ‘은행 구조와 규제-국가 간 비교’ 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 등 19개 선진국의 금산분리 현황을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금융회사의 상업은행 소유 한도를 25%로 제한하고 있고, 상업은행의 비금융회사 소유 한도 역시 25%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4%(의결권 기준)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은행법 15조), 은행은 다른 회사 지분의 15%를 갖지 못하도록 한(은행법 37조) 우리나라에 비해 유연한 내용이다.

영국의 경우 상업은행과 비금융회사 간 소유에 기본적으로 제한이 없었다. 다만 비금융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한 상업은행은 위험기준 자기자본 계산 때 투자금액을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거나 대출로 간주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는 상업은행과 비금융회사 간 소유에 아무런 제한조건을 두지 않고 있었다.

핀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스페인은 상업은행의 비금융회사 소유에 대해서는 제한조건을 두지 않았다. 다만 비금융회사가 상업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핀란드는 의결권(5%)을 제한했다. 아일랜드는 5% 이상 지분 소유 시 사전 공시, 10% 이상 시 사전허가를 받도록 했다. 룩셈부르크는 법률적으로는 제한조건이 없지만, 정책상으로 비금융회사가 은행 대주주가 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스페인은 신규 은행 설립 초기 5년간 지분의 20%를 갖는 것을 금지했다.

반면 스위스와 포르투갈은 비금융회사가 상업은행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조건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상업은행이 비금융회사 지분을 갖는 것과 관련해서는 스위스의 경우 은행 자기자본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단 스위스 연방은행 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한도를 초과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비금융회사 의결권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은 비금융회사의 상업은행 소유와 관련해 총투자 한도를 두는 한편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했다. 상업은행의 비금융회사 소유 지분은 5%로 제한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엄격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