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파격 그 이상… 골프장 ‘눈물의 생존 마케팅’

본격 골프 시즌을 알리는 봄이 왔습니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으면서 올해도 골프장마다 생존을 건 ‘무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예전의 콧대 높았던 골프장들에서 색다른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회원제골프장의 경우 대중골프장과는 달리 고율의 중과세까지 물면서 내장객을 유치해야 하는 이중고 또한 날로 심해져 한편으로는 애잔함마저 묻어납니다.

불과 5, 6년 전만 해도 골프장 사장 명함을 받으면 회사 전화번호만 있었습니다.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습니다. 괜히 번호를 적어놨다가 부킹 부탁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골프장 사장 명함에도 당당히(?)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서로 골프 치겠다고 몰리던 시절은 가고, 이젠 골프장 사장이 발품까지 팔아가며 손님을 유치하는 고달픈 시대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단체팀 회장이나 총무에겐 공짜 골프 접대도 하고, 전통시장에서처럼 그린피를 놓고 가격 흥정이 이뤄지는 게 요즘 골프장의 신풍속도입니다.

최근 골프장의 이런 어려움을 대변하듯, 일부 골프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실험적인’ 마케팅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린피 인하 등으로 내장객 모시기 과열 양상을 보여 온 것과는 차별화된 골프장들의 새로운 마케팅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경기 여주의 360도 골프장은 이달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라운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골프장 측은 애완동물도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이런 가족과 동반 라운드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두산중공업이 인수한 강원 홍천의 클럽 모우는 회원제 골프장으로서 자존심도 접고 기상천외한 손님 모으기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골프장은 최근 회원 모집을 진행하면서 ‘입회금 반환 보증서’를 발행한 데 이어, 전국 어느 골프장 회원이라도 ‘회원 대우’를 해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골프장의 회원 요금은 18홀에 1만 원(각종 세금 별도)에 불과합니다. 다른 골프장 회원이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세금에다 1만 원만 내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게다가 동반자에게도 25∼30%까지 할인해 준다고 합니다. 골프장 측은 홍보의 일환으로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골프장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용객인 골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만큼 많아지기에 ‘골프 칠 맛 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