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아닌 ‘리얼’… 장애물 피해 시속 60㎞ ‘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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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F015 럭셔리 인 모션’의 카페를 연상케 하는 실내 공간(왼쪽 사진)과 디스플레이 화면.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내부 6개 디스플레이에 각종 정보
보행자엔 ‘어서 가세요’ 음성 안내
뒷차엔 후미 LED통해 ‘STOP’ 신호

직접운전·동승자 속도조절도 가능
최고시속 201㎞…美도로 시험허가
이동수단 넘어 ‘소통공간화’꾀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앨라메다(Alameda) 포인트 지역. 1997년 문을 닫은 옛 해군기지의 군용비행장 활주로 한쪽에 세워진 메르세데스-벤츠의 행사 건물 앞에서 피터 리만 선임 기술매니저가 스마트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자 UFO를 닮은 독특한 유선형 외관의 은회색 차량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 섰다. B필러(앞·뒷문 사이 기둥) 없는 차체의 앞문은 앞으로, 뒷문은 뒤로 열려 널찍한 실내가 드러났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다. 이 차가 바로 벤츠가 지난 1월 ‘소비자가전쇼(CES) 2015’에서 세계 최초 공개한 자율주행 리서치 차인 ‘F015 럭셔리 인 모션’(사진)이다.

이날 벤츠가 전 세계 주요 미디어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자율주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에 ‘F015 럭셔리 인 모션’이 등장한 것이다. 리만 매니저 등과 함께 차에 오르자 이내 계기판은 물론 후면과 차량 앞·뒷문에 설치된 6개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차량 내외부의 각종 정보들이 떠오른다. 간단한 조작으로 자율주행을 선택하자 차량은 스스로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달리기 시작했다. 도로에는 보행자를 비롯해 차량 및 자전거 모형, 화분 등이 놓여 있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사이, 차량은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 활주로를 선회했다.

운전석에 앉은 리만 매니저는 아예 좌석을 뒤로 돌리더니 뒷좌석 동승객을 마주 보며 차의 기능을 설명했다. 그는 “운전자 본인이 차를 직접 운전할 지,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할지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뒷문에 각각 설치된 디스플레이(37인치)를 통해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탄 동승자도 속도 등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직접 차량 속도를 ‘다이내믹’으로 올리자 점점 가속이 붙더니 시속 60㎞로 차가 내달렸다. 최고 시속 201㎞까지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리서치 차량인 탓에 현재는 시속 20∼60㎞ 이내에서 주행한다는 설명이다.

20여 분간 약 4.2㎞의 자율주행을 마치고 상기된 표정으로 내려 멈춰 선 차량의 내외부를 살폈다. 매끈한 유선형 차체의 길이는 S클래스(5246㎜)는 물론 마이바흐 S클래스(5453㎜)보다도 긴 5520㎜에 달했다.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앞·뒷바퀴 간 거리)가 3610㎜인데 앞·뒷좌석 탑승객들이 라운지에 앉은 것처럼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래지향적 외관과 달리 인테리어는 호두나무 무늬목과 나파 가죽 등을 적극 활용해 편안한 느낌을 더했다.

차량 앞·뒷면에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으로 촘촘하게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광원도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탑승자뿐 아니라 차량 외부 보행자와도 소통한다. 보행자가 도로를 가로지르면 차는 멈춰 서 ‘어서 가세요’라는 음성과 함께 보행자를 따라 LED 광원을 움직이고, 뒷차에는 ‘멈춤(STOP)’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F015 럭셔리 인 모션의 차체는 연료전지와 전기 주행시스템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최고출력 272마력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7초에 도달할 정도로 높은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의 화두는 단연 무인 자율주행차다. 구글과 애플 등 정보기술(IT)업체들이 나서면서 촉발된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벤츠와 아우디, 토요타, GM, 르노,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벤츠는 2013년 독일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까지 복잡한 도심과 시외 교통 조건에서 약 100㎞에 이르는 자율주행을 마치고,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반도로 자율주행 차량시험 허가를 받는 등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선 완성차업체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