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란법과 로비양성화법의 一體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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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 논설실장

어느 로펌 대표와 얘기를 나누던 중 “은퇴 언론인을 채용하면 법률적 잣대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논리를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왜 한사코 공무원만 영입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즉각 답변이 돌아왔다. “언론에는 전관예우가 없지 않습니까!”

공직 비리의 본질은, 언론에는 없는 전관예우다. 현직에서 물러난 뒤 산하 기관이나 유관 단체에 재취업하는 ‘낙하산’과 ‘관피아’, 이들을 고리로 이뤄지는 관·민 유착, 이면에서 이뤄지는 이권·편의와 검은돈의 거래, 이것이 공직 비리의 메커니즘이다. 현관도 머지않아 전관이 될 테니, 이런 과정이 대를 이어 돌아간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고, 국회가 마지못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동력이 됐다.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변형된 ‘김영란법’이 27일 공포되고,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게 됐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법 자체에 문제가 많고, 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반드시 보완해야 할 일도 있다. 다행히 상당한 준비 기간이 있다. 우선, 민간 언론을 포함시킨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

공직과 언론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리 메커니즘도 다르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을 권력의 칼날에 상시로 노출시키게 된다. 특히 언론은 공직비리의 원천인 전관예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는 법 공포 이전에 벌써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지난 24일 “공공기관이 아닌 언론까지 포함하면 경찰국가, 검찰국가가 될 것”이라며 “언론은 빠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물귀신 김영란법’은 국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언론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70% 전후로 조사됐다. 왜 그럴까. 언론이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차원에 걸쳐 있다. 우선, ‘언론 과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국회에 등록된 기자는 1100명에 달한다. 새누리당에 650여 명, 야당에는 더 많은 970여 명이다. 현재 200개 넘는 일간 신문이 발행되고, 인터넷 언론은 2000개를 넘었다. 한 대기업 홍보책임자는 2800개 정도의 언론을 상대한다고 했다. 1961년 5·16 직전에도 전국의 일간 신문이 112개, 통신이 261개였으니, 언론 난립을 좋게 볼 리 없다. 게다가 언론은 본질적으로 음습한 곳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환영받긴 어렵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 순기능에 박수치면서도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면 비난한다.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언론이 밉다고 공직과 묶어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다. 언론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 않는 부분도 있다. 이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는 로비양성화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김영란법은 부패 추방을 위한 획기적 장치지만 정상적 청원까지 위축시키게 된다. 청원과 청탁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변호사만 제외하고 모든 청원 행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김영란법과 로비양성화법은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 2001년 정몽준 의원이 처음으로 관련법을 발의했고,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당시 여당, 지금의 야당이 더 적극적이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법무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로비양성화법이 제정되면 일반 공무원들이 퇴직 후 관피아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당당히 일할 수 있다. 유능한 퇴직 언론인들도 로비 관련 홍보회사나 컨설팅 회사를 차려 자신의 재능을 살리고, 계속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로비산업으로 불릴 정도다. 국회의원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로비양성화법이 있었더라면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제정되지 못하는 숨은 이유는 변호사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원회에는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까지 1년 6개월 남았다. 국회는 가급적 빨리 김영란법을 ‘공직 비리’ 감시에 초점을 맞춰 시정하고, 로비양성화법도 동시에 시행될 수 있게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 이래야 대한민국을 청렴 사회로 승격시키는 획기적 계기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