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用’ 남자가수?… ‘실력 탄탄’ 뮤지컬 배우!

‘야금 야금’ 넘어오는가 싶었는데, ‘불쑥’ 커버렸다. 옥주현과 바다뿐이 아니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건. ‘한 노래’하는 남자 가수들이 무대를 점령해 가고 있다. JYJ의 멤버로 막강한 흥행 파워를 과시하는 김준수를 비롯해, 지난달 28일 한국 초연을 시작해 화제가 된 ‘팬텀’의 박효신(팬텀 역), 지난 2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셜록 홈즈’의 테이(아담·에릭 역), 그리고 이지훈과 2AM 멤버 조권·창민 등이 국내 뮤지컬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공연 팬들의 눈과 귀는 까다롭다. ‘아이돌 끼워 넣기’ 같은 마케팅이나 실력 없는 가수의 호기(豪氣)엔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러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들은 어떻게 무대를 장악했는가.

◇김준수-박효신-세븐…가수 출신, 성공하는 배역 따로 있다? = 가수 최동욱의 뮤지컬 데뷔가 화제다. ‘세븐’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한때 YG엔터테인먼트의 황태자였으나 군 생활 중 ‘안마시술소 출입 논란’에 휩싸였고 전역 후 소속사와 결별했다. 그런 그가 재기 무대로 뮤지컬을 선택한 것. 방송 출연이 여의치 않고, 아직 새 앨범을 내기 힘든 탓에 차선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엘리자벳’의 ‘토드(죽음)’역에 발탁된 건 공연 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결별 후 방송 출연이 어려웠던 김준수가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고, 소속사와 법정공방을 벌이던 박효신이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고른 것도 바로 이 ‘엘리자벳’. 그리고 ‘토드’역이기 때문이다.

이 공연 관계자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비중의 역이어서, 뮤지컬에 도전하는 남자 가수가 해내기에 적절한 역”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남자 뮤지컬 배우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박효신은 ‘모차르트!’(김준수의 데뷔작이기도 하다)를 거쳐, 지난달 28일 개막한 ‘팬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고, 최고의 티켓 파워로 꼽히는 김준수는 오는 6월 20일 개막하는 ‘데스노트’에서 뮤지컬계 톱스타 홍광호와 함께 주연을 맡는다. 군 입대 전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전망. 이 명성을 최동욱이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렬한 ‘1인 2역’ 테이…이지훈·조권은 ‘여장 남자’로 승부 = 호소력 짙은 보이스의 테이는 국내 창작뮤지컬인 ‘셜록홈즈’(2012·2014)에서 1인 2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담 앤더슨과 에릭 앤더슨. 쌍둥이 형제를 홀로 연기한 테이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묵직한 성악 창법을 오가며 넓은 음악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호평을 받았다.

이지훈과 조권은 ‘드래그퀸’(여장 남자 가수)으로 승부했다. 작은 얼굴과 가느다란 팔·다리를 자랑하는 이들은 지난해 ‘프리실라’에 동시 출연, 파격적인 여장을 선보였다. ‘변장’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수많은 여심에 생채기(?)를 내기도. 이지훈은 올해 초 ‘라카지’의 드래그퀸 엘빈 역할로 또 한 번 ‘미모 대결’에 뛰어들었는데, 같은 역의 정성화·김다현은 따라올 수 없는 깜찍함으로 자타공인 ‘여장 남자’ 전문 배우로 거듭났다. 드래그퀸으로 완벽하게 ‘제 무대’를 찾았지만, 두 사람이 이에 앞서 ‘위키드’ ‘엘리자벳’(이상 이지훈),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조권) 등으로 기초 체력을 길렀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 조권과 같은 그룹(2AM)에서 활동하는 이창민은 ‘잭더리퍼’ ‘삼총사’ ‘라카지’ 등 대중적인 작품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소극장 뮤지컬 ‘오디션’에서 가수 지망생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평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