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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15일(金)
꽉 막힌 고속도로 마법처럼 쉽게 풀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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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라는 복잡계에서는 아무도 통제하지 않아도 막힘이라는 질서와 뚫림이라는 무질서가 자발적으로 교체된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복잡한 세계 숨겨진 패턴 / 닐 존슨 지음, 한국복잡계학회 엮음 /바다

도전과 시도가 수없이 있었다. 복잡성 과학을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복잡한 과학’으로 방치하지 않고,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과학’으로 만들어 보려는 행위. 그런데도 책들이 계속 출간되는 걸 보면,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난제임이 틀림없다. 이번에는 영국의 복잡성 과학자 닐 존슨이 전면에 나섰다. 원제는 과제 이름대로 ‘simply complexity’다.

저자에 따르면, 복잡성 과학은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 창발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다. ‘창발’이란 각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한 결과, 각 구성요소의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가령, 저마다 빠르게 목적지로 가려고, 길을 세심히 고르고 출발시간까지 바꾸어 가면서 운전하는데, 순식간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경우다. 게다가 어제 3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고, 오늘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우연히 사고가 나거나 고장 차가 있을 수도 있고, 어제의 안 막히는 시간을 택해서 모두 같은 시간, 같은 도로로 차를 운행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더욱 신비한 것은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어떤 구간의 길이 꽉 막혀 있다가 마법처럼 풀리는 경우이다. 거기를 지나가면서 아무리 곰곰이 따져보아도 길이 막힌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경험은 운전자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창발성은 식량, 공간, 에너지, 권력, 부(富) 등 한정된 자원을 놓고 수많은 개체가 집합적으로 경쟁할 때 나타난다. 교통체증은 도로라는 제한된 공간을 수많은 자동차가 누가 유리하게 점유하느냐를 두고 다투어서 일어난다. 운전자들은 어제를 반성하고 옆 차량의 움직임을 신경 쓰면서, 즉 기억이나 외부 정보에 따라 운전 전략을 수정해 가면서 조금이라도 덜 막히는 도로를 차지하려고 애쓴다. 물론 별 소용은 없다. 도로라는 복잡계에서는 아무도 통제하지 않아도 ‘막힘’이라는 질서와 ‘뚫림’이라는 무질서가 자발적으로(저절로) 교체된다.

그렇다면 복잡성 과학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도로라는 세계는 극도로 복잡하지만 때때로 ‘교통체증’이라는 질서를 표시한다. 만약 복잡성 과학이 이 질서를 어느 정도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있다면, 교통체증을 이루는 작은 구성요소를 손댐으로써 적은 노력으로 놀라운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복잡계에서는 전체가 작은 요소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모형 설계를 잘하고 전략을 잘 짜면 어려운 문제를 아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복잡성 과학이 자연과학의 영역을 넘어 정치, 사회, 의료 등 분야로 급속히 확산 중인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 복잡성 과학을 풀어서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복잡성 과학이 적용되는 응용분야의 최신 연구결과를 해설한다.

이론과 실전이라고 할까, 두 부분은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면서 “모든 과학의 과학”이라는 복잡성 과학의 윤곽선을 풀어내고 있다.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천생연분을 찾을 수 있을까, 테러를 예방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고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등등. 어느 하나 쉬운 문제는 없지만, 복잡성 과학의 관점에서 조금씩 기본 규칙이 발견되고 실마리가 풀려가는 중이다. 아직 해결 수준에 이른 것은 없지만 말이다.

과학책치고는 쉽게 쓰였으며, 번역도 매끄러워 읽기 좋다. 전반적으로 중언부언이 많은 것은 복잡성 과학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자의 서비스라고 믿고 싶다.

복잡성 과학에 대한 방대한 참고자료가 딸린 부록은 이런 종류의 책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편집의 전형을 보여준다. 번역자인 한국복잡계학회의 적절하고 꼼꼼한 역주는 대단한 미덕이다. 단, 공동작업의 경우 꼭 들어가는 게 맞는 ‘옮긴 이의 말’이 누락돼, 누가 어디를 분담해서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가 없어서 답답했다. 옥에 티다.

장은수<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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