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스파이’(왼쪽), 영화 ‘킹스맨’(오른쪽)
멋진 知的캐릭터 버리고 뚱뚱녀·백수 주인공으로 임무 수행하며 좌충우돌
완성도·액션은 A급 수준… 반전으로 차별화된 재미
스파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새롭게 변주되고 있다. 기존 스파이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는다는 설정 탓에 항상 어둡고 진지했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가 나오기 전 스파이물을 주도한 ‘007’은 항상 정돈되고 지적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또한 역사적 임무나 정치적 음모에 휘말리는 ‘공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영화 속 스파이의 경향을 보면 기존 스파이들과 궤를 달리한다. 반드시 예쁘고 잘생기거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최정예 요원일 필요도 없다. 실력보다는 매력과 매너로 무장한 스파이들이 오히려 더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시작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였다. 국내에서 613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슈트를 차려입은 영국 신사 외에 실업에 허덕이는 20대 평범한 청년 애그시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고 특별한 꿈도 없이 스냅백을 쓰고 다니는 애그시가 스파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완성된 스파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영화 후반부 애그시가 예쁜 공주의 야릇한 제안을 받은 후 부쩍 힘을 내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B급 정서’다.
이런 흐름은 21일 개봉되는 영화 ‘스파이’(감독 폴 페이그)가 이어갈 전망이다. ‘스파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에는 주드 로, 제이슨 스태덤 등 내로라하는 미남 액션 스타가 등장한다. 당연히 이들의 현란한 첩보 액션을 기대할 법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키 157㎝에 100㎏에 육박하는 체중을 가진 40대 여성 멜리사 맥카시다.
그가 맡은 수잔 쿠퍼는 CIA의 내근직 요원. 그동안 스파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외근직 요원들의 스릴 넘치는 액션을 표현했지만 ‘스파이’는 내근직으로 일하다가 외근직으로 미행 임무를 부여받은 여성 스파이의 좌충우돌에 방점을 찍는다. CIA 내부에서 외근직 요원을 지원하며 이론만큼은 완벽하게 꿰고 있는 어설픈 스파이의 임무 수행 과정에는 스릴보다 웃음이 넘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코믹에 치중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scene)과 헬리콥터에 매달린 채 펼치는 고난도 스턴트, 거대한 스케일의 비행기 액션과 주변 환경과 소품을 활용해 탄생한 기발한 주방 격투 장면 등은 기존 스파이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태덤이 펼치는 의외의 코믹 연기는 ‘스파이’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스파이’를 홍보하는 영화인 관계자는 “정서는 B급이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액션은 A급”이라며 “기존 스파이물의 틀을 깨고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추지 않은 여성 내근직 요원의 활약을 다뤘다는 측면에서 ‘스파이’는 관객들에게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킹스맨’과 ‘스파이’를 뒤로 하고 ‘미션임파서블5:로그네이션’과 ‘007 스펙터’ 등 정통 스파이물이 연이어 개봉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스파이 영화가 사건 중심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존 스파이물 뿐만 아니라 새롭게 변주된 스파이물 역시 매력적인 스파이 캐릭터로 관객에게 어필하며 시리즈 영화로 거듭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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