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영토 이어 경제까지… 힘 앞세워 ‘관계 재정립’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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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 안보리상임국 진출
유네스코 등재 문제까지
국제무대 양국갈등 심화

중견국 협의체 ‘믹타’서
韓의 외교 우군 확보 노력

한·일 관계의 대치 전선이 다각화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내각이 과거사·영토 도발뿐 아니라 경제문제까지 부당한 시비를 걸고 나서면서다. 경제·안보와 과거사·영토 도발 문제를 분리 대응해오던 정부의 ‘투 트랙’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을 근대산업시설로 미화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문제부터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에 대한 국제법 제소문제,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둘러싼 국제사회 외교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힘을 앞세운 ‘아류 패권 전략’ 식의 일본 공세에 정부는 22일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자국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정부의 조치가 장기화하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양자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한·일 관계에 또 다른 불씨가 얹어진 셈이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방사능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규제해왔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농림수산상은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 조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한국 정부가 조기에 규제를 철회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일본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이날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첫 한·일 양자 협의도 양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일본이 강제 징용 역사를 외면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는 입장이며 일본은 해당 시설의 문화유산 신청 연도가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여서 강제 징용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일본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 어긋나며 국가 간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한다”고 밝히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이고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날 서울에서 개최된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외교장관 회의는 국제사회의 우군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자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원국 외교장관 또는 장관특사를 상대로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부당함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믹타 회원국은 주요 글로벌 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확대해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 등의 유엔 개혁안에 대해서도 이들 회원국은 반대 입장이다. 한국이 비슷한 의견을 지닌 중견국들과 연대할 경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견제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