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축구가 아랫도리 싸움? 볼경합은 윗도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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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이동국, 상체운동 왜?

이동국(36·전북·사진)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6일까지 170골(232공격포인트)을 넣었다. 당분간 누구도 깨기 힘든 기록이 될 것 같다. 이동국의 ‘장수’ 비결은 평소 꾸준한 몸 관리에 있다. 남들은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인 30대 중반에도 20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체력을 자랑하며 모범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동국의 훈련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상체운동이다. 하체를 주로 쓰는 축구선수 이동국은 왜 상체운동에 몰두하는 것일까.

이동국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는 파비오(43) 전북 피지컬(근력) 코치에 따르면 축구선수에게 상체운동은 하체운동만큼이나 중요하다. 상체와 하체가 밸런스를 이뤄야 최적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국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이동국 같은 공격수들의 역할은 최전방에서 볼을 배급받아 골로 연결하는 데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와 위치 선정인데 먼저 좋은 위치를 잡아 슈팅을 하려면 짧은 거리를 순발력 있게 이동하고,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상체의 근력은 이런 움직임의 바탕이 된다. 빠르고 힘있게 움직이려면 근력이 절대적이다. 몸싸움에서도 근력이 필요하다. 가슴이나 팔 근육의 강도와 크기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체력과 파워가 중요시되는 현대축구에서는 상체운동에 의한 근력 강화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파비오 코치는 “최전방 공격수, 또는 중앙 수비수들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많이 뛰지 않지만 몸싸움이 많은 편이다. 하체도 중요하지만 상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1대1 대결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동국은 피지컬이 매우 좋고, 또 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안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고무 튜브를 이용한 스트레칭은 트레이너가 없이도 혼자서 잊지 않고 해온 오래된 습관”이라며 “이렇게 하면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상체운동을 위주로 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손흥민(23·레버쿠젠)은 1∼2년 전만 해도 근육량이 적은 ‘홀쭉한’ 스타일의 공격수였다. 대신 빠른 돌파와 강한 슈팅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만만치 않은 복근을 자랑한다.

구자철(26·마인츠), 이근호(30·엘자이시), 곽태희(34·알힐랄)도 슈틸리케호 안에서는 소문난 상체운동 ‘마니아’들이다. 평소 각자 소속팀에서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으며,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훈련 중일 때에는 개별적으로 몸을 다듬는다. 대표팀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대리는 “대표 선수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근력운동을 한다”며 “특히 공격수와 수비수들은 수시로 몸싸움을 해야 하기에 이런 운동에 더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24·상주)은 강도 높은 ‘체격’ 운동으로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이정협은 하루에 한 번, 적어도 1시간씩 체격 운동을 한다. 턱걸이, 벤치 프레스, 복근운동 등이다. 이로 인해 근육량이 최근 3㎏ 정도 늘었다. 이정협은 “상체운동을 하면 몸싸움에 유리하고 점프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차두리(35·서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근육맨’이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남부럽지 않은 ‘명품’ 몸매를 만들었다. 스피드와 파워로 상대 공격수를 무력화시키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차두리의 팀 동료이자 공격수인 김현성(26)과 윤주태(25)도 개인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현성은 “몸의 균형을 위해 상·하체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부상 때문에 경기를 나가지 못할 때는 오히려 근력운동을 많이 하며 체력을 비축한다”고 말했다. 윤주태는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하면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몸이 더 단단해지고 속도가 붙었다”며 만족해했다.

최근 성남 FC의 연승을 이끌고 있는 김두현(33)은 지독한 자기관리로 부활에 성공한 경우다. 김두현은 “김학범 감독께서 체력을 특히 강조해 지난 동계훈련에서도 체력 강화에 주력했다”며 “단체훈련은 물론 이와 별개로 개인훈련을 따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수 시절 ‘적토마’로 불렸던 고정운(49) 스포TV 축구해설위원은 치열한 몸싸움을 기반으로 한 돌파가 장기였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원래는 가냘픈 체구였다. 그러나 꾸준히 몸을 단련시켜 적토마처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드리블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축구 선수 중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가 대표적인 ‘육체파’ 공격수들이다. 호날두는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할 때 종종 상반신을 노출했는데, 거의 조각 같은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원래 깡마른 체격을 갖고 있었으나 체계적인 식단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최고의 ‘피지컬 괴물’로 다시 태어났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