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들어가 장애인 구한 ‘군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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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작사 소속 감민철 중사

휴가중 아내 일 돕다 선행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별로 큰 것도 아닌데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휴가 중인 군인이 불이 난 장애인 집에 두 번이나 들어가 불길 속에서 홀로 사는 장애인을 구조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진정한 군인정신을 발휘한 주인공은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서 근무하는 감민철(37) 중사.

부산 북부경찰서와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감 중사는 휴가를 나와 지난 28일 오후 3시 15분쯤 부산 북구 구포동 4층 건물의 1층에서 미용실을 하는 부인 김주연 씨의 일을 돕고 있었다.

바닥 물청소를 하던 중 3층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고 누군가 구해 달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부인으로부터 3층에 장애인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감 중사는 즉시 2층으로 올라가 거주자들을 대피시키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혼자 거주하는 장애인 김모(49) 씨는 5개월 전 ‘소뇌 위축증’ 판정을 받고 거동이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다. 감 중사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불이 이불과 전기장판을 태우면서 번지고 있었다.

감 중사는 즉시 건물 안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는 과정에서 자신도 유독가스를 흡입했다.

이어 간신히 다시 미용실로 내려온 감 중사는 수건에 물을 축여 입에 댄 뒤 연기가 자욱한 3층으로 올라가 김 씨를 업어서 구조해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신속히 2명 모두를 인근 구포 성심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김 씨와 감 중사 모두 유독가스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은 상태다.

당시 불은 이불과 벽면을 태우고 꺼졌지만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해 심각한 상황이었다.

경찰 및 소방본부 관계자들은 “감 중사가 아니었으면 대형화재로 번지고 인명피해가 날 뻔했다”며 “화재를 진압하고 장애인까지 업어서 구조한 감 중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감 중사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겸손해 했다. 또 자세한 언급을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불을 진압하는 과정 등은 부인 김 씨 등을 통해 알려졌다.

김 씨는 “평소 해군에서 많은 구조 훈련 등을 해온 남편이 신속하게 행동해 불도 끄고 장애인도 구해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단 감 중사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다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감 중사는 애초 일주일 휴가를 받아 이번 주말 복귀 예정이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이 장애인 김 씨가 제대로 끄지 않은 담뱃불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