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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29일(金)
김종영의 ‘不刻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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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 논설위원

1953년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는 다듬잇방망이를 비대칭으로 다시 깎아 받침대 위에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나무 조각품 ‘새’가 출품됐다. 당시 “관객을 우롱한다”는 일각의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미술계에선 이를 ‘한국 추상조각 제1호’로 친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새의 본질적 형상만 나타낸 것으로,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를 강조한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 우성(又誠) 김종영(1915∼1982)의 작품이다.

그해에 영국의 ‘무명 정치수(囚) 기념비’ 공모에 구상(具象)작품 ‘나상(裸像)’을 출품, 조각가로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 공모전에 입상했던 그가 추상 조각으로 방향을 바꾼 본격적 출발이 ‘새’였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어린 시절에 한학과 서예를 익힌 그는 일본 도쿄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귀국, 서울대 미술대가 1948년 설립되면서 한국 최초의 조소과 교수가 된 뒤 1980년 정년 퇴임하기까지 재직했다.

‘깎은 돌을 흐르는 물에 오랜 기간 담가 깎은 흔적을 거의 없앰으로써 돌 본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조각한다’는 취지의 동양적 사상인 ‘불각(不刻)의 미(美)’를 추구한 그는 자신의 조형관에 영향을 미친 추사(秋史) 김정희와 폴 세잔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추사를 세잔과 비교하는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cubism)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추사 글씨는 투철한 조형성과 입체적 구조력을 갖고 있고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적극성을 띠고 있다. 세잔의 회화는 그렸다기보다 축조했다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견고한 구성과 중후한 재질감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이러한 세잔의 예술은 추사와도 통하는 점이 많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서울대미술관과 서울 평창동의 김종영미술관에서 지난 7일 동시에 개막해 각각 오는 7월 26일, 8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나는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다만 정직하고 순수하게 삶을 기록할 따름이다. 그것이 희망이고 기쁨이기를 바란다.” 이런 말을 남긴 걸출한 예술가이면서 ‘20세기의 대표적 선비’로도 일컬어지는 김종영의 ‘새’를 비롯한 조각 걸작들은 물론, 드로잉·서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삶의 자취를 통해 ‘불각의 미와 멋’에 담긴 정신까지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정직과 순수를 잃어가는 시대여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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