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원자력잠수함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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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 정치부 부장대우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KN-11 개발의 거의 마지막 단계인 수중 사출(射出) 시험 사진과 동영상을 잇달아 공개한 데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27일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공개된 동영상에 ‘미 본토 타격 가능’ ‘서울에 미사일 1∼2발만 떨어져도 극도의 혼란 상황 조성’ 자막을 내보낸 것은 핵공포를 극대화해 혼란을 부추기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김정은의 초조함이 묻어난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컴퓨터 그래픽(CG)을 조작하면서까지 전략무기를 공개하려 드는 것은 초조함 때문이다. 김정은이 결단만 내리면 보름 내에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준비도 하고 있지만 실행은 여의치 않다. 중국의 반대가 단순한 엄포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김정은의 도발이 미국·일본에 북 제재 명분을 제공, 자국 견제용으로 작용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전략무기들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이 건조 중인 1800t급 신형 신포Ⅱ급 잠수함에 탑재할 SLBM은 전세계 잠수함 역사상 유일무이한 시도다. 수직발사관 1문에 핵탄두를 탑재한 SLBM 1기로 주변국을 위협하겠다는 이른바 일격필살(一擊必殺) 전술이다. 수직발사관 여러 문을 동시에 잠수함에 탑재해 적 함정을 공격하는 전통적 개념은 무시됐다. 수직·수평 발사관 여러 문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플랫폼 기술 개발과 척당 1조 원이 넘는 개발비용을 대려면 10년이 더 걸릴 수 있다. 참을성 없는 김정은이 기다리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원자력잠수함(원잠)사업단장(362사업)을 지낸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지금이야말로 우리도 ‘진짜 잠수함’인 원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최적기”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디젤잠수함은 해전의 양상을 바꿔놓았지만 원잠은 해전의 종결을 앞당겼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던 원잠은 안보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몇 년 내 현실화할 북한의 핵탑재 SLBM 잠수함을 무력화할 수중 킬 체인(Kill Chain) 핵심 무기는 원잠밖에 없다. 이웃 일본은 이미 ‘무쓰’라는 상선을 이용해 선박용 원자로 제작 기술을 축적, 마음만 먹으면 즉시 원잠 건조가 가능하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원잠을 임차하려 한다는 첩보도 나돈다.

인도의 원잠 개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인도는 2010년부터 러시아에서 임차한 아쿨라급 원잠을 도입한 뒤 아리한트급 원잠 자체 개발에 성공해 2012년 실전 배치했다. 미국은 최신형 공격원잠 시울프급 잠수함과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도입하고 구형 로스앤젤레스(LA)급 원잠들을 퇴역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탑재 SLBM에 대응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에 LA급 원잠의 임차를 요청해야 한다. 더구나 사드 한반도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억제 외에 중국이 백두산 뒤쪽에 배치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DF(둥펑)-21D 조기 감시로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익이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정한 동맹은 일방적이지 않고 호혜적이어야 한다.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