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론 몰리자 “타협”… 日, 문화유산 등재 ‘꼼수’

위원국 “韓의견 공감” 확산
한·중 압박에 뒤늦게 제안
‘협상시늉’ 그칠 가능성 커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일본이 우리 정부에 “타협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악화되는 국제 여론과 한·중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 제스처만 취하고 실제 논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6월 말 세계유산회의 전에 타협안이 도출될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보고서와 관련, “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세계유산위원국들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일본으로서는 위원국들의 결정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 국제사회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자문기구인 이코모스는 일본이 각 시설에 대해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동안 한국과의 양자협의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 지난 22일 첫 협의에서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며 일보 진전된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은 국제사회 눈치 보기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본으로서는 과거사 문제가 한·미·일 간 협력에 저해요인이 되는 동시에 일본에 대항해 한·중이 공조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하 강제징용피해를 본 중국 역시 일본의 등재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외교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일본과의 추가 협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의가 실패로 끝나 6월 말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유산회의까지 양국 대결구도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내는 의무분담금은 한국의 5배, 자발적 기여금은 4배에 달하며 일본은 이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