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훈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대문구청 다목적강당에서 구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헌혈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주민 1명 사망한 옥천군
군청·보건소 직원들 나서
격리주민들의‘머슴’ 역할
논에 물대주고 약 타주고…
20일이면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감염환자와 자가격리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의료진과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하지만 불안과 공포 속에도 자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기부와 자원봉사 행렬은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한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기부·자원봉사 이어져=18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기부와 자원봉사행렬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서 수제 과자점을 운영하는 권모(여·36) 씨는 수원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로 예쁘게 포장된 50개의 선물상자를 보냈다. 가로 20㎝, 세로 15㎝ 크기의 상자 안엔 권 씨가 직접 만든 수제 쿠키와 함께 손으로 쓴 격려 편지도 들어 있었다. 연일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권 씨가 밤을 새워 만든 것이다.
부산에서는 지난 12일과 15일, 마스크 제조 중소기업인 엠씨가 유통업체 팜피앤피와 공동으로 마스크 4000개를 금정구청과 부산시청에 기탁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해 판매물량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 선뜻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현역 군인이 환자 치료에 써달라며 자신의 혈액을 기부한 사례도 있었다. 11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공군 김모(44) 원사는 12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의대부속병원에서 자신의 혈장(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성분을 제외한 액체성분) 400㏄를 내놓아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메르스 완치자의 혈장에는 항체가 다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천군 공무원의 솔선수범=메르스로 주민 1명이 사망한 충북 옥천군의 경우, 군청과 보건소 직원들이 격리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머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8일부터 2인 1조로 격리주민을 맡아 반찬 배달을 비롯해 논에 물 대기, 약 타다 주기, 공과금 대납 등 모든 민원을 처리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격리대상자가 80명으로 가장 많았던 지난 9일 공무원 160명이 나섰으나 대상자가 줄어들면서 18일에는 124명이 62명의 주민을 돌보며 잡일을 도와줬다.
◇격려 캠페인도=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도 지난 11일부터 춘천·원주·속초지역 자가격리자들에게 총 151차례에 걸쳐 백미 10㎏과 라면·생수 등의 생필품·위생용품을 전달했으며 109명의 자원봉사자가 격리자들을 도와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대신 처리해 줬다. 대전사랑시민협의회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대청병원, 건양대병원,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등 지역 내 메르스 진료병원 앞에서 릴레이로 피켓 격려 캠페인을 벌여 의료진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메르스 사태로 농촌봉사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영남대생 1000여 명은 오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경북 성주군 일대에서 농촌 일손돕기에 나선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150명도 29일부터 7월 3일까지 경북 봉화군 일대에서 농촌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노기섭·고광일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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