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대만 총통선거 ‘ 女 대 女 ’

내년 여성 집권 예고… 중화권 ‘측천무후’이래 처음

대만이 차기 총통(대통령)선거를 7개월여 남겨놓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야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에 이어 여당인 국민당이 총통 후보로 여성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여성을 총통 후보로 지명한 만큼 내년 1월 16일 대만 총통선거 이후 대만에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여성 총통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대만 집권 국민당은 17일 국민당의 총통 후보로 지명된 훙슈주(洪秀柱·67) 입법원 부원장의 총통 선거 출마 서류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야당인 민진당은 이미 지난 4월 차이잉원(蔡英文·58) 주석을 후보로 지명해 놓은 상태다. 대만의 총통선거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차기 선거는 2016년 1월 16일 입법위원(국회의원)선거와 통합 실시된다.

◇민진당 이어 국민당도 여성 후보

국민당은 지난 14일 훙 부원장을 차기 총통선거 예비후보로 지명한 데 이어 17일 정식으로 후보 접수를 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민진당은 일찌감치 지난 4월 15일 경선 없이 차이 주석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 국민당은 그동안 왕진핑(王金平·74) 입법원장, 주리룬(朱立倫·53) 국민당 주석 등이 차기 총통선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후보 지명에 난항을 겪었다.

훙 부원장은 12∼13일 세 지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소 지지율인 30%를 넘는 46.2%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당내 경선 후보 자격을 얻었다. 훙 부원장은 “당 내외에서 지지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면서 “중화민국(대만) 이름 아래 단합과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훙 부원장은 당 인준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다음 달 19일 전당대표대회에서 정식 후보로 결정된다. 그러나 후보 자격인 당원 1만5000명 지지 서명과 여론조사 30%를 넘는 지지율을 얻은 인물은 훙 부원장 한 명이므로 국민당의 총통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지난 1949년 중국 대륙과 분리된 이후 대만 역사상 최초 여성 총통이 탄생할 예정이다.

대만 정계에서 여성으로서 지금까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정치인은 2000∼2008년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과 함께 대만을 이끌었던 뤼슈렌(呂秀蓮) 전 부총통이다.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최고지도자에 오른 사례는 현 정치 체제 들어 처음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나라 고종의 황후 출신으로 15년간 스스로 ‘주(周)나라 황제’라 칭했던 측천무후(則天武后) 이후 처음이다.

◇‘공심채(空心菜)’ vs ‘작은 고추’

국민당과 민진당의 총통 후보는 양당의 차이만큼이나 후보자의 배경이나 경력, 정치 행보에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공통점 이외에 겹치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민진당의 차이 주석은 법학을 전공한 대만정치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00∼2004년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4년 입법위원, 2006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등을 하며 정치 및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12년 총통선거에서는 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 후보로 나와 마잉주(馬英九) 총통에게 득표율 6%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그는 민진당의 기존 노선인 대만 독립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속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속이 빈 야채인 공심채를 본떠 ‘쿵신차이(空心蔡)’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과거 민진당에서 대만 독립을 강조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안정을 추구하는 표가 이탈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양안 관계에서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민진당이 집권하더라도 현재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 발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대만 독립이나 ‘하나의 중국’에 대해서 역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인물인 훙 부원장은 쇄신을 바라는 국민당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훙 부원장은 당초 국민당 총통 후보로 주로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중앙 정치 경험은 적은 편이다. 미혼인 훙 부원장은 작은 체구로 할 말은 한다는 뜻으로 작지만 매운 고추라는 뜻의 ‘샤오라자오(小辣椒)’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두 후보자의 가정환경도 대조적이다. 전매국 공무원이던 훙 부원장의 아버지는 1949년 계엄령 치하에서 3년 3개월간 투옥된 뒤 평생 직업을 갖지 못했으며 이후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가 공장에서 과로로 수차례 졸도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는 웅변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휩쓸었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해 3수 끝에 대학에 합격했으며 졸업 후 중학교 교사를 한 뒤 이후 국민당에서 여성부 활동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반면 민진당의 차이 주석은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재산으로 치면 훙 부원장의 100배 정도 된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안팎의 매체들은 국민당에서 만약 남성인 주 주석이나 왕 원장이 총통 후보로 나섰다면 차이 주석에게 패배했겠지만 국민당 후보로서 국민당 치하에서 고난을 겪은 집안 출신인 훙 부원장이 나섬으로써 차이 주석은 강적을 맞았다고 해석했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