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김호 vs 조광래-서정원 vs 최용수 ‘악연이 부른 血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대세(가운데) 등 수원 삼성 선수들이 지난 4월 18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골을 넣은 후 서포터스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기 관중 ‘톱10’ 중 5번… 스폰서효과 112억 넘어

27일 74번째 격돌 4만명 운집예상
수원이 32승16무25패 다소 앞서
FIFA도 세계 주요 클럽대항전 인정

염기훈·정대세 vs 박주영·차두리
‘슈퍼매치 4龍’ 자존심 싸움 치열

‘슈퍼매치’는 국내 프로축구 K리그의 최고 히트 상품이다. 당초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을 홍보하기 위해 이름 붙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 세계의 주요 클럽 대항전 리스트에 포함시켰을 만큼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1996년에 시작해 20년째가 된 슈퍼매치는 오는 27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74번째 ‘전쟁’을 치른다. 슈퍼매치답게 관중은 구름처럼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FC 서울에 따르면 예매 입장권 수는 1만5000장으로 집계됐다. 서울 측은 추가 예매와 현장 판매분 등을 더해 약 4만 명이 입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안석일 서울 마케팅담당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했다.

◇슈퍼매치 ‘소사(小史)’=1997년 수원은 당시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김호 감독과 조광래 코치가 불화로 인해 결별했다. 1999년 조 코치가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사령탑을 맡으면서 두 팀의 경기에선 단순한 리그전 이상의 분위기가 감돌게 됐다. 서정원(왼쪽 사진) 현 수원 감독은 갈등을 폭발시켰다. 서 감독은 프랑스 프로축구리그 스트라스부르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유턴했는데 1999년 친정(안양)이 아닌 수원과 계약하면서 양 팀의 관계는 급속하게 나빠졌다.

2004년 안양이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골이 더 깊어졌다. 안양 ‘원클럽맨’이었던 최용수(오른쪽) 감독이 2011년 서울 감독으로 기용되고, 서정원 감독이 2012년 말에 수원 감독을 맡으면서 2013년부터 양보 없는 ‘혈전’을 펼치고 있다. 두 사령탑은 슈퍼매치에서 8번 부딪쳤고 최 감독이 5승 1무 2패로 앞서 있다. 슈퍼매치는 지금까지 73번 치러졌고 수원이 32승 16무 25패로 앞선다.

역대 한 경기 최다 관중 동원 ‘톱10’에 슈퍼매치가 5번이나 끼어 있다. 1996∼2014년까지 슈퍼매치의 누적 관중은 188만8311명. 경기당 평균 2만6227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평균 3만7798명이 슈퍼매치를 지켜봤다.

스폰서 효과도 치솟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는 TV 중계 96억3818만7000원, 인터넷 포털사이트 생중계 4552만2000원 등을 더해 스폰서 효과가 112억2835만 원에 이르렀다.

◇슈퍼매치를 달구는 ‘4룡’=슈퍼매치는 박주영과 차두리(이상 서울), 염기훈과 정대세(이상 수원)의 자존심 싸움으로 압축할 수 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에서 유일하게 해트트릭(3골)을 작성했다. 2007년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을 상대로 3골을 몰아넣어 4-1의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수원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전 감독은 2008년 박주영이 프랑스 프로축구리그 AS 모나코로 진출하자 “박주영이 해외로 나간 건 좋은 일이다.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라며 반겼다. 박주영은 2005∼2008년까지 4년간 슈퍼매치에 9차례 출전해 5골을 넣었다.

차두리는 2013년 독일 생활을 끝내고 K리그에 둥지를 튼 후 처음 출전한 경기가 그해 4월 14일의 슈퍼매치였다. 차두리는 후방을 든든히 지키며 서울의 구심점이 됐고 서울은 차두리 합류 이후 5승 1무 2패로 슈퍼매치를 지배했다.

수원의 염기훈은 최근 가장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3일 현재 7득점으로 공동 2위, 도움은 7개로 단독 선두. 골과 득점을 합한 공격포인트에서는 14점으로 ‘톱’이다. 수원은 염기훈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엇갈렸다. 그의 왼발에서 볼이 살아나면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졌다. 염기훈은 지난 4월 슈퍼매치에서도 1골을 넣었다. 수원 코칭 스태프는 원정경기로 치러지는 27일 슈퍼매치에서도 염기훈의 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대세는 2013년 K리그에 데뷔한 이후 7번의 슈퍼매치에서 2골을 넣었다. 그러나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는 전반에만 2번의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기도 했다. 정대세 역시 27일 경기를 통해 슈퍼매치의 새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