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강간 “반항 안해 무죄” “불안심리 이용 유죄”

‘안 만나주면 그 전에 따라다니던 남자처럼 죽어버리겠다’고 헤어진 내연녀를 협박해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서로 호감이 있었으며, 성관계 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박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강간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0)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13년 8월 말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환자로 내원한 A 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다. 유부녀였던 A 씨는 김 씨와 내연 관계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9월 이별을 통보했다. 이에 김 씨는 A 씨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A 씨는 2013년 4월 자신을 쫓아다니던 남성을 차량으로 치어 사망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2014년 1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는 A 씨에게 전화로 “네가 그만 만나자고 해서 죽으려고 도곡리에 가고 있다. 잘 살아라”고 말했다. 놀란 A 씨가 “와서 얘기하자”고 말했고, 김 씨는 그렇게 만난 A 씨를 차 안에서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자신과 관련해 누군가 죽었다는 피해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이용한 김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