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서 스스로 표적돼 중공군 15명 사살… 진지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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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老兵 헥터 캐퍼라타… 태극무공훈장 받기 위해 방한

“한국군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은 정말 천만다행으로 전우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 일병 소총수로 참전, 혁혁한 전공을 세워 정전협정 62주년인 27일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헥터 캐퍼라타(86·사진)는 “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제게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캐퍼라타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방한했을 때 저와 함께 6·25전쟁에서 활약한 전우가 말하길, 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이 이토록 발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며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한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곤 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캐퍼라타는 악몽 같은 장진호 전투 상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저는 전우들과 적 관찰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어느 날 적이 공격하기 시작했고 몇몇 전우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적 대신 나무를 향해 쏘기도 했고, 침낭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적의 공격을 받아 전사하기도 했습니다. 적이 아군을 향해 수류탄을 마구 던졌지만 저는 전우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해병대를 전역했으나 6·25전쟁 발발과 함께 재입대해 참전한 그는 장진호 전투 때 3일 동안 중공군에 완전히 포위되자, 소총과 수류탄을 갖고 진지 정상에 올라 적을 유도해 스스로 표적이 됐다. 정상의 지형을 활용해 15명 이상의 적을 사살하며 다음 날 아침까지 혼자 진지를 지켜냈다. 수십 번의 전투에서 눈부신 전공을 세워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와 은성무공훈장, 미국 국가방위헌신훈장을 받은 참전 영웅이다.

그는 그 같은 용기가 어디서 나오게 됐는지 용맹함의 원천을 묻자 “미 해병대는 절대로 적에게 항복하지 않고 명예롭게 싸우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며 “적은 승리하기 위해 소중한 아군을 죽였고 저는 단지 제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린아이부터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한국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대해 무한한 긍지를 갖게 됐다”고 칭찬했다. 25일 방한한 캐퍼라타 등 유엔군 참전 용사들은 27일 정전협정 기념 만찬에 참석한 뒤 28일 귀국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