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늪에 빠진 교육계-中>女교사 급증하며 男교사 성범죄 표적된 측면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성범죄 닷새에 한번꼴 발생… 올 상반기 징계 교원 35명

진학지도 입시전문 교사 대입정보 미끼로 性유혹

性범죄 교원은 즉시 격리… 피해자 치유프로그램 지원

올 들어 성추행, 성폭행 등 교원 성범죄가 닷새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등 최근 7년 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를 저질러 올 상반기(1~6월)에 징계를 받은 교원은 모두 35명으로 드러났다. 상반기를 180일로 계산했을 때 5.1일에 한 번씩 성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원은 지난 2009년 26명, 2010년 36명, 2011년 42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40명으로 2012년 최대치를 보인 이후 2013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6월까지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원이 35명으로 2014년 한 해 동안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교원 숫자인 40명에 육박했다. 이 추이대로라면 연 70명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돼 연 최고치였던 2012년의 6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1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성범죄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당한 교원은 모두 167명이며 이 기간에 경징계를 받은 교원까지 합치면 모두 23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교원 성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교육부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시·도 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원 성범죄 통계치보다 많을 수도 = 교원 성범죄가 증가한 것은 교단 특유의 가부장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 느슨한 성범죄 처리 기준 등이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근 여교사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선임 남자 교사들의 성범죄 표적이 됐다는 견해도 있다.

교원들의 성범죄는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가해 교사보다 상대적 약자인 여교사나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교단 안팎에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여초 현상이 심각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여교사는 우수한 근무 평가를 받으려면 교감이나 학년부장 등 힘 있는 자리에 오른 소수 남성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는 게 교단 현실이다. 추행이나 언어희롱 피해를 봤음에도 선뜻 공론화할 수 없는 이유다. 교생 실습을 나온 여대생들도 성범죄의 희생이 된다. 불쾌감을 피력했다가 실습 점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약점 때문이다.

최근 학부모의 민원 제기로 알려진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남자 교사들의 동료 여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성추행과 성희롱도 위계와 권력관계에서 생긴 범죄다.

동료 여교사에게 성추행을 일삼은 교사들은 모두 50대 남자로 교무부장과 학년부장 등 주요 보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학생들을 성추행한 교사는 입시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학생들의 진로진학 지도를 전담했다. 최신 대입정보와 비법을 가지고 학생들을 성추행한 것이다. 20대 새내기 여교사와 신분이 불안한 기간제 교사에게도 몹쓸 짓을 했다.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성범죄 유형은 다양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던 도중 학부모가 알게 돼 이를 저지하자 휴대전화를 학생에게 사주며 만남을 계속 유지하다 해임됐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엎드려 있는 여자 교생에게 강제적으로 신체접촉을 하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수업 중에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의 다리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정직을 당한 교사도 있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제자인 4학년 학생을 강제 성추행했다 해임당하기도 했다.

◇교육부, 성범죄 교원 즉시 격리 = 교원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교육부는 김재춘 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성범죄 교원 징계 및 배제 관련 법령을 포함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개학과 동시에 전국의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학교 현장에서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즉각적인 신고와 보고체제 유지 등 성폭력 대응체제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성범죄 교사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 즉시 격리 조치키로 했다. 성범죄 피해를 본 교원과 학생에 대해서는 보호조치를 하고 치유 프로그램 지원 등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교원들의 성범죄를 학교 내부에서 축소하거나 은폐할 수 없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