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늪에 빠진 교육계-下>“性범죄 교사, 연금삭감 등 강력처벌을”

전문가 진단
시늉뿐인 性범죄 예방 교육
실효성 있게 제대로 시행을
인·적성 검사 시스템 강화도

교육부 “학교측 은폐 막으려
온라인으로 직접 신고 추진”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교원들의 성범죄에 대해 교육전문가와 교육 관련 시민단체는 가해 교원에 대해 연금 삭감 등 재정적 불이익을 비롯한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범죄 발생 즉시 신고가 가능한 ‘온라인 신문고’ 등을 구축하고, 교내에서 범죄 사실을 숨기며 ‘쉬쉬’하는 분위기를 깨트릴 수 있는 공론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자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 연합 대표는 5일 “성범죄에 연루된 교사는 연금을 삭감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등의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새로운 징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범죄에 대한 교육 강화와 교원 선발 때 이와 관련한 인·적성 검사도 실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엄기형(교육학)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원 임용 과정에서 현재 인성 및 적성검사를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인성과 적성이 적합한 교원을 뽑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교원 임용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관련 범죄 예방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현재 교직원에 대해서는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해마다 1회 1시간 이상, 학생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6개월에 1회 이상 연간 8시간 이상 성폭력 등의 예방교육을 실시토록 돼 있지만 학교마다 실효성 있는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령으로 규정된 교육 외에 특별 교육 등을 실시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성폭력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즉시 해임해 격리조치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배상훈(교육학) 성균관대 교수는 “교육계 성범죄는 다른 성범죄와 다르지 않게 처벌되는 경우가 많아 성범죄에 연루된 교사 등에 대해서는 범죄 발생 즉시 해임 등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자의 품위와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육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강하게 처벌을 해야 국민들이 가진 모든 교육계 종사자가 위험하다는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혁(경찰학) 건국대 교수는 “학교 내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징계 등도 검토해야 한다”며 “학교가 폐쇄적이고 침묵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범죄를 목격하고도 방관하거나 용인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징계와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및 공론화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배 교수는 또 “성범죄 발생 시 조사 시스템과 공론화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교육청에서 조사를 하는 담당자 대부분이 교사생활을 했던 장학사들이어서 제대로 조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원의 직업적 특성과 생활범주 등을 고려하기 위해 교직생활을 이해하는 사람이 조사관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지만, 외부인사가 함께 참여해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온라인 신문고 등 새로운 성범죄 신고 시스템 구축을 검토키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는 온라인 신문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황우여 장관의 지시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신문고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해자 등이 학교 내 성폭력을 교육부에 직접 신고하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신고가 학교 교장 등에 의해 묵살되는 것을 막고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교육청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학교 성폭력의 신고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다. 이번 서울 서대문구 공립 G고교 성추행 파문처럼 사건이 은폐·축소되거나 교육청의 ‘제식구 감싸기’가 우려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교육부가 온라인으로 학교 성폭력 피해를 접수하면 관할 교육청과 정보를 공유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선종·정유진·김다영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