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에 한국경제 달렸다>“장기근속자 임금, 신입 3倍… 생산성 60% 불과”

재계 “체계 바꿔야 경쟁력”
노조 반발로 추진 늦어져

재계는 우리나라의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를 60세 정년 의무화는 물론 청년고용 등의 가장 큰 장애로 꼽고 있다. 각 기업은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로 인한 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심화하고 있으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전환은 각 기업 노조의 강한 반발로 더딘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정년 60세 시대, 임금체계 개편 방향과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20~30년 장기근속자의 임금 수준은 신입사원의 3.1배로 유럽(1.1~1.9배)과 일본(2.4배)보다 연공서열이 더 중시된 반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생산성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60% 수준이라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임금체계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연공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 삭감 등 단기적으로 근로자의 희생이 요구돼 노조의 반발로 인해 추진이 더딘 게 현실이다.

연공 임금체계 관행은 대기업일수록, 노조가 존재할수록 더 심하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법리와 단체협약 개정이라는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강성노조를 보유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도입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복지팀장은 “임금피크제 역시 조합원 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일부 조합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어서 노조의 반대가 심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부 기업은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환 초반에 전체 근로자 임금을 다소 높이는 ‘포지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