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회장 추천은 회원국 고유권한… 직권 남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FIFA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한국·요르단에만 보내지 않아
FIFA 선거 규정에 정면 위배
“플라티니 입장 밝혀라” 촉구
阿선 추천서 돌렸다가 취소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내년 2월 26일 치러지는 FIFA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최근 거의 모든 AFC 회원국들에게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회장을 FIFA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추천서 양식을 보낸 건 명백한 선거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최근 아시아 지역 방문 중에 AFC가 회원국들에 보낸 후보 추천서 양식 사본을 입수했다. 여기엔 오직 플라티니 회장만 FIFA 회장으로 추천한다는 각서도 포함돼 있다. 추천서 제목 중의 영어 이니셜 ‘MP’는 플라티니 회장을 뜻한다. 각 회원국이 빈 칸을 채워 사인한 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에게 보내도록 돼 있다. 이 추천서는 아시아 46개 회원국 대부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요르단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법규에 의하면 FIFA 회장 추천은 회원국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대륙연맹이 직접적으로 개별 회원국의 추천 권리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행위는 FIFA 법규 제24조 제1항과 제17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또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에 따르면 FIFA 내 공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후보자의 경우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AFC 회장, UEFA 회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면 이는 선거 기본원칙의 위반이자 페어플레이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이어 “이런 행위는 선거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타 후보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부정 선거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또 “추천서 양식 발송과 함께 AFC 축구발전부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각국 협회에 은밀하게 연락해 FIFA에 추천서를 보냈는지까지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축구연맹(CAF)명의로 회원국들에 같은 추천서를 돌렸는데 CAF는 사후에 이를 공식적으로 인지한 후 내부 논의 결과 이를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CAF의 사무국이 이를 정정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축구대회의 진행과 각종 행정지도로 우월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륙연맹 본부의 지시로부터 회원국들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고려하면 과연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정 명예부회장은 “불법추천서 강요 행위의 최대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미셸 플라티니는 FIFA선관위의 조사를 기다리지 말고 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표명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