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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마음속 상처, 질병의 씨앗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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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게이버 메이트 지음, 류경희 옮김 / 김영사

영국의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1987년 43세에 다발성 경화증 합병증으로 숨졌다. 연주회에서 청중은 마법에 홀린 것처럼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머리를 휘날리며 몸을 뒤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클래식 음악의 절제미보다 오히려 로큰롤의 현란함에 가까웠다. 훗날 언니 힐러리는 동생 재키의 병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의문을 제기한다. 신경과 의사들은 단호하게 스트레스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은 현명하지만, 스트레스가 병을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캐나다 내과 전문의 게이버 메이트는 재키의 생애를 추적해 스트레스가 그의 병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재키의 엄마 아이리스는 재키를 임신했을 때 남편을 잃었다. 그때부터 계속 재키와 아이리스는 어느 쪽도 자유롭지 못한 공생적 의존 관계였다. 어렸을 때 우울증 초기 증상을 앓았던 재키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엄마에게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첼로 거장이라는 그의 외적 자아는 엄마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고, 엄마의 관심을 끄는 수단이었다. 다발성 경화증은 그가 이런 역할을 벗어던진 수단, 즉 ‘그녀의 몸이 아니라고 말하는’ 방식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 의학이 의학적 버뮤다 삼각지대에 빠졌다고 한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심리상태가 질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누구나 체감해 알고 있지만 구체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기에 이 같은 믿음은 그저 민속 신앙쯤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면역계는 일상 경험과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길든 방식이 질병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다발성 경화증, 궤양성 대장염, 염증성 장 질환, 만성 피로 증후군, 각종 자가 면역 질환, 섬유 근육통, 편두통, 자궁 내막증 등 여러 환자들을 관찰해 매우 비슷한 패턴을 찾아냈다고 한다. 자신이 맡았던 중증 질환자 중 삶의 중대 국면에서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알았던 환자들은 거의 없었고, 공통적으로 자기 욕구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먼저 충족시키려는 성향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 환자들의 경우 다른 병에 걸린 사람들보다 매우 성격이 좋다는 ‘꽤 위험해 보이는’ 주장도 한다. 몇 해 전 뮌헨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클리블랜드 신경학자들이 ‘ALS 환자들은 왜 그렇게 친절한가’라는 흥미로운 논문에서 루게릭 환자들이 성격 분포 스펙트럼에서 ‘가장 좋은 성격’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임상 의사들의 증언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야구선수 루 게릭,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소재가 된 모리 슈워츠 교수 등을 포함해 ALS에 걸린 이들은 흔히 아동기에 정서적 박탈이나 결핍을 겪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감정적 고통과 신체 질환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를 ‘정신신경 면역학’으로, 이 메커니즘의 핵심 키워드를 ‘믿음의 생물학’으로 설명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이 사랑할 만하고 인정할 만한 것인지, 아니며 과잉경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적대적인 대상인지를 결정한다. 세상에 대해 아이가 지각한 내용은 세포의 기억 장치에 저장된다. 이런 영향이 만성 스트레스가 되면 발달 과정 중인 신경계는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며 심지어 적대적인 곳’이라는 전기적, 화학적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지각된 내용은 분자 수준에서 우리의 세포 속에 프로그램화된다. 저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결국 사람들이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무엇인가가 부재·결핍되어 있거나, 상실의 위협에 처해있다는 뜻이라며, 스트레스 유발 요소로 불확실성, 정보 부족, 조절력 상실을 꼽았다. 이 세 요소는 만성 질환자들의 삶 속에 모두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주장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질병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비난한다면서 정신 신경 면역학은 치유하는 일을 권하기 위함이지, 비난과 수치심의 양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저자는 책의 끝에 치유를 위한 7가지 A를 제안한다. Acceptance(인정)-현재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Awareness(인식)-잃어버린 감정 인식 능력을 찾아라. Anger(화)-화의 경험은 치유를 촉진한다. Autonomy(자율)-자율적으로,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 Attraction(애착)-연결은 치유에 극히 중요하다. Assertion(주장)-주장은 세상에 존재를 선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ffirmation(확인)-창조적 자아인 자신과 존재와 연결된 우주에 대한 확인이다 .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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