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올림픽 종목’ 골프와 軍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10월 둘째 주에는 또 하나의 국제스포츠 행사인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립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종목 중엔 골프도 있습니다. 한국은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 프로골퍼들이 출전합니다. 금메달 획득 확률은 99%라고 합니다. 군인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주말골퍼’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올해 초 프로 6명과 아마추어 국가대표 2명 등 8명으로 상무 골프단을 꾸렸습니다. 그러나 ‘한시적’이란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군인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급조된 셈입니다.

과거 1990∼2000년 초반까지 상무에 골프선수단이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골프단이 사라졌습니다. 군인대회가 끝나면 상무 골프단 선수들은 며칠간 포상휴가를 다녀온 뒤 ‘골프채’ 대신 ‘총’을 들어야 하는 일반병으로 돌아갑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대할 때까지 상무에서 골프선수로 활동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상무에는 현재 축구, 농구, 배구, 육상, 승마 등 33개 종목의 선수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군인 신분이지만 입대 전 자신의 직업이었던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등 골프 관련 단체에서는 상무 골프단 운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공감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골프 활성화 방안 마련을 각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게다가 내년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종목에 골프가 포함됐기에 문체부는 상무에서 골프를 전략 종목으로 채택할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무의 골프 육성은 침체에 빠져 있는 남자골프의 코리안투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상무 골프단이 ‘상시적’으로 재가동된다면 국고 지원 없더라도 소속 선수의 후원기업이, 골프 관련 기업 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권을 쥔 국방부는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한 최경주와 양용은은 정부로부터 국위선양을 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PGA투어 측은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배상문에게 2년간 시드를 유예해 준다는 ‘선처’를 약속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상무의 존재 이유는 군 복무로 인한 유망 선수의 기량 저하를 막고, 궁극적으로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데 있습니다. 골프선수가 정부의 훈장을 받고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마당에 국방부의 골프에 대한 시선은 냉랭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