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 Story >“쓴소리 맘대로 하라”… 격렬 논쟁 바탕 ‘혁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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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평가 1위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 용병술

광복 70주년을 앞둔 지난 7월 16일, 신한은행 6층 회의실에서 ‘독립선언서 발기인 33인 재조명 캠페인’ 진행을 논의하기 위한 임원회의가 열렸다. 대부분 참석자가 캠페인을 찬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 임원이 돌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가 이번 주 회의 레드팀(Red Team)이라서 이 사안에 문제점은 없는지 깊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독립선언에 참여한 33인 중 일부는 이후 변절하고 일본에 협력한 사람도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차라리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논란이 없는 독립운동가 70인을 선정해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최초 안건을 기안했던 브랜드전략팀은 결국 원안을 포기하고, 독립운동가 70인을 보훈처에서 추천받아 캠페인을 진행했다.

조용병(사진) 신한은행장이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임원회의에 ‘레드팀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벌어진 풍경이다. 매주 2명의 임원을 반대 발언자로 정해 의무적으로 ‘쓴소리’를 하게 한 것이다.

레드팀 제도는 본래 군대에서 유래했다. 특정 작전을 수행하기 전 적의 입장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군을 공격해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조 행장은 특수 작전 수행처럼,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금융 환경 속에 관행을 깨는 혁신과 철저한 위험(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의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임원회의에서 서로 듣기 좋은 환담만 하거나 주무부서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피해야 하고, 반대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면서 숨어있는 리스크를 찾아내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17일 “의도적으로 공격 논리를 세우려고 하다 보니 의제에 대해 더 공부하고 고민하게 된다”면서 “아마 수비하는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레드팀 제도가 도입된 후 원안이 개선된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제2차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지난 1차에 이어 종합평가에서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18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조 행장은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하며 글로벌화(Globalization), 그룹사 간 협업체계(Platform), 전략과 실행력(Segmentation)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자는 ‘G.P.S. Speed-up’ 을 앞세우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