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흔드는 ‘글로벌 경기악화’… 힘받은 Fed ‘금리인상 연기論’

IMF “유동성위기 점점 고조”
신흥국 투자금 순유출 이어져

美 제조업·고용도 크게 둔화
‘내년에 금리인상’ 전망 확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지리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악화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제조업과 고용이 둔화된 것도 기준금리 인상 연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결정 배경으로 밝혔던 중국 및 신흥국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은 최근 들어 더욱 악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인 마킷에 따르면 중국 차이신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내린 47.2로 2009년 3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차이신 제조업 PMI는 7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다. PMI는 신규 주문과 생산, 재고, 고용 등을 설문 조사해 집계한 것으로 기준치인 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세임을 의미한다.

중국 경기 둔화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흔들리고 있다. 베트남 9월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1.8포인트나 하락한 49.5를 나타냈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제조업 PMI도 전월 대비 각각 1.1포인트, 1.0포인트, 0.7포인트 떨어졌다.

중국과 신흥국 경기가 위축되자 글로벌 경기도 악화 추세다. 세계 제조업 PMI는 2013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50.6을 나타냈다.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신흥국은 여전히 취약하고 유동성 위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신흥국에서 27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이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신흥시장 자금흐름’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등 30개 신흥시장에서 투자자금이 5400억 달러(약 620조4600억 원) 순유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IIF는 내년에도 순유출 흐름이 이어져 3060억 달러(약 351조5940억 원)가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에서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1988년(90억 달러)이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중국 등 신흥국 위기 여파에 그동안 나 홀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도 둔화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는 50.2로 전월(51.1)보다 떨어지며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 인원은 시장 예상치(20만3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14만2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 개선으로 인식되는 20만 명 선을 2개월 연속 밑돌았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