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成長의 힘 믿으라’는 노벨경제학상 앵거스 디턴 교수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미시경제학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디턴의 이론은 ‘불평등이 경제 성장(成長)의 동력’이라는 명제로 요약된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세습된 부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주장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분석이다. 불평등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노벨위원회가 비주류 학자가 아닌 정통 주류 학자의 불평등 진단에 주목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소비·소득·저축·빈곤 등의 연관성을 철저한 현장 검증을 통해 집중 연구해 온 디턴의 종착지는 늘 ‘성장’이다. 그는 “성장의 부산물로 불평등이 초래됐지만 경제 성장의 큰 방향은 전 세계의 발전과 궁극적인 평등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도입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처음 ‘평평한 지대’에 들어섰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저서 ‘위대한 탈출’에선 “성장을 통해 인류가 궁핍과 죽음으로부터 비로소 대탈출을 이뤄냈다”고도 평가했다. 결국 그는 성장과 진보를 이끌어내는 불평등의 힘, 이 본질을 이해해야 현실을 개선하고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성장의 힘을 믿으라’는 디턴의 역설(力說)은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한국에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해준다. 빈곤의 해법은 고민하되 성장이 있어야 분배도, 복지도, 일자리도 있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이 더 이상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과거 고도성장 때를 돌아보라. 한국은 아직도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기업이 각별히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