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교수들 ‘역사교과서 집필진 불참’ 선언 확산

집필진 공모방법·제작일정 등
국편, 15·16일 중 발표 계획

“외압차단 시스템·인센티브 등
구체적 대책 마련해야” 제안도

국정 한국사교과서를 책임 집필할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집필진을 공개모집 등을 통해 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이 잇달아 집필진 불참 선언을 하고 있어 국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집필진 불참 선언에 참여한 역사학계 인사들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편의 집필진 공모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우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편은 집필진 확보를 위해 국민제안을 받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편 관계자는 14일 “명망 있는 집필진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집필진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면 자체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해 반영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국편은 내·외부의 의견을 모아 15일 또는 16일 집필진 공모 방법, 집필진 수, 교과서 제작 일정 등을 김정배 국편 위원장의 발표로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논란을 빚은 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연구진들이 잇달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국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역사학계의 집필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14일에도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이 참여 거부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한국사교과서 집필진이 국정화에 찬성하는 일부 보수 학자들 위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2017년 3월 학생들에게 보급되는 국정 한국사교과서와 관련해 또 다른 편향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우려다.

이와 관련해 일선 대학의 교수들은 공모가 여의치 않을 경우 삼고초려를 통해 집필진을 초빙하겠다는 국편의 발표만으로는 안심하고 참여할 학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외압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집필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학계에서도 실력 있고 역사관이 올바른 학자들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진·신선종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