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X 사업 ‘플랜B’ 필요하다 >KF-X 개발 시기 지연되면… KAI, 방사청에 月 6000억씩 물어낼 판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을 책임진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8조1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2025년까지 10년 안에 F-16 플러스급 전투기 시제품 개발 목표를 맞추지 못할 경우 개발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으로 계약자인 방위사업청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이 4개월 늦어질 때마다 KAI 1년 매출액이 날아간다. 국산 무장 개발비로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약 6800억 원이 책정돼 있다.

◇KAI 1년 개발 지체 시 7조여 원 벌금 = 15일 방위사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KF-X 시제품 개발이 하루가 지연되면 200억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KAI의 매출액은 2조3100억 원으로 개발이 4개월만 지체되면 무려 1년 매출액만큼을 지체상금으로 내야 한다. 자칫 파산 상태로 몰릴 수도 있다.

KAI는 국제시장 경쟁력과 생산단가, 개발 여건 등을 고려해 애초 단발 엔진 전투기 개발을 요구했지만 공군의 요구로 쌍발 엔진 전투기가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의 생존성 강화와 향후 국산전투기의 확장성 강화, 중국·일본 등 이웃국가가 쌍발엔진을 개발 중인 점을 고려해 쌍발 엔진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KAI로서는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과 관련해 LIG넥스원 등 국내 업체의 개발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해외에서 로열티를 주고서라도 기술을 도입하게 될 경우 KF-X 사업이 추구했던 국내 항공산업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핵심기술 유럽·미국 업체들 기술협력 불가피 = 방사청은 올해 초부터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를 염두에 두고 유럽 측과 접촉을 해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담당자가 영국(셀렉스), 스웨덴(사브), 이스라엘(엘타) 등을 찾아가 체계통합기술을 포함한 기술 이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업체들은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 이전 등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는 “미국제 기체나 무장에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스티브 잡스가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고 그 역도 성립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경쟁업체들끼리 그 같은 기술호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AI 등 업계는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사, 노스럽그루먼 등 미국 방위산업체와의 기술이전 협상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경우 개발 지연에 대비해 1단계로 ‘제3국 주도-한국 보조’ 방식을 추진하고, 2단계로 ‘한국 주도-제3국 보조’ 방식 등 투트랙으로 개발하는 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기술이 아닌 기술이전도 시간상 차질이 우려된다. 방사청은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차기전투기(F-X) 사업 수의계약 과정에서 F-35 40대 완제품 도입에 대한 절충교역 조건으로 14억1000달러어치의 21개 항목의 기술을 이전받아 이르면 11월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 이전은 실제로 도면을 보여주며 도제식으로 배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