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24시 現場을 가다>船上서 車 조립!… 造船 빅데이터 활용 新산업 ‘무한확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울산 남구 대학로 울산대 공학5호관 2층에 마련된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마루에서 센터 직원과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의 조선, 해양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생태계 개념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울산대 창조마루서 아이디어 발굴
벤처빌딩 융합마루서 제품 만들어

11개 中企 ‘가족기업’선정해 지원
선박 평형수 처리·3차원 스캐너 등
현대重과 협력 新산업 개척이 목표

서울 여의도 모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30대 회사원 박모 씨는 집이 따로 없다. 요트에서 생활한다. 요트는 발전부터 자급자족된 동력에 모든 작동이 전자동이다. 박 씨가 자는 동안 요트는 인천항에서 이동해 한강을 거슬러 이동해 여의도 선착장에 닿는다. 박 씨는 일어나 요트에서 나와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박 씨가 회사에 있는 동안 요트는 혼잡한 선착장을 벗어나 강 위에 정박해 있다. 조금이라도 이동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박 씨와 같은 고객들의 요트를 중앙에서 관리해 주는 회사가 바로 알아채고 달려가 수리를 한다.

퇴근한 박 씨가 요트로 돌아오면 요트는 다시 박 씨가 쉬는 동안 스스로 인천항으로 이동한다. 금요일 오후면 박 씨는 요트 관리회사 망에 접속해 여행지를 고르는 게 일이다. 주말이 되면 요트 관리 회사가 제시하는 최상의 항로를 따라 그냥 이동하면 된다. 현지 정보부터 이동하는 항로의 날씨 등을 관리 회사의 슈퍼컴퓨터가 분석해 시시각각 전해준다.

물론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주 허황한 공상이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울산혁신센터)가 설계하고 있는 미래다. 바로 ‘스마트십 생태계 조성’의 개념을 토대로 그려본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이다.

“다양한 종류의 배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곳이 바로 현대중공업입니다. 지금까지 쌓인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박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자는 게 이번 현대중공업과 혁신센터의 비전입니다.” 지난 6일 울산 남구 대학로 울산대 공학5호관 2층에 마련된 울산혁신센터 창조마루에서 만난 황민순 기술지원본부 실장의 말이다. 그는 “배에 대형 공장을 짓는 게 요즘이고, 배 안에 첨단 산업로봇 등 수많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들이 부착된다”며 “이런 최첨단 선박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의 가치 역시 값을 매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혁신센터는 울산대 창조마루와 남구 옥현로 울산벤처빌딩 4층의 융합마루로 나뉘어 있다. 창조마루는 아이디어 발굴 중심이고 융합마루는 성숙한 아이디어들이 제품화되는 공간이다. 현대중공업과 함께하는 울산혁신센터의 사업은 크게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재도약 지원 △첨단 의료자동화 신산업 육성 △민간 창업보육기관과 혁신센터 간 플랫폼 연계 △지역 특화 3D 프린팅 산업육성 등으로 구분된다.

앞에서 언급한 미래의 모습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재도약 항목에 속한다. 사실 이름만 듣고는 세계 경제 침체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을 다시 살려보자는 정도로 들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꿈꾸는 조선 산업의 미래는 사실 이미 ‘배’라는 개념을 뛰어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 안에서 최종 조립되는 자동차 공장이 만들어진다면 그 해양 플랜트는 말 그대로 기존에 없던 국가 간 새로운 산업 형태가 될 것이다. 현재는 종합적인 배 관리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

“배를 만들면서 축적된 다양한 기술과 데이터로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첨단 기술이 축적된 배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후에 어떤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지 확정하기 힘든 것입니다.” 황 실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와 1500여 건의 자체 특허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배 건조과정과 운행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오는 22일 전문 프로그래머 20명과 선발된 아마추어 프로그래머 50명이 함께 현대중공업이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해커톤’ 게임도 기획하고 있다.

사실 중소기업 창업 지원 등의 사업도 큰 틀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혁신센터가 꿈꾸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을 기초로 한 신산업 생태계 조성사업의 일부다. 울산혁신센터는 지난 7월 15일 출범 이래 전문 육성할 11개 중소·벤처기업을 ‘가족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선박 평형수 처리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 3차원 스캐너를 제작하는 기업 등이 앞으로 현대중공업과 울산혁신센터가 구상하는 산업 생태계의 주요 주자들이다.

“출범은 비교적 늦었지만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하고 했습니다. 뿌리가 깊을수록 열매가 큰 법입니다.” 취재를 마무리하는 순간 황 실장이 자신 있게 말한다. 울산혁신센터의 미래가 주목된다.

울산=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