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8.20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16일(金)
작은 대추가 바라본 세상… 자연의 아름다움 일깨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대추 한 알 / 장석주 지음, 유리 그림 / 이야기꽃

대추가 붉게 익어가는 가을, 대추의 마음을 읽는 그림책이 나왔다. 서울 한복판 큰 빌딩에 몇 구절이 걸려 있었던 적도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이다. 장석주 시인은 2005년에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를 통해 이 시를 발표했다.

시인은 작고 작은 대추 한 알 안에 깃든 사계절과 온 세상의 공력을 꿰뚫어보았고 읽는 이는 대추 한 알 뒤로 펼쳐져 있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한한 인과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감동을 느꼈다.

글이 함축하는 세계가 강렬할수록 병행하는 그림을 그리기는 더 어렵다. 글의 진행과 독립적으로 그림의 서사를 창조해야 하는 그림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림책 ‘대추 한 알’은 이 어려운 과제를 묵묵하고 충실하게 해냈다.

이 그림책에는 대추 한 알을 탄생부터 낙과의 순간까지 접사 촬영하듯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방식과 멀리서 그 대추나무와 아우러진 세계를 넓게 조망하는 두 가지 방식의 관점이 번갈아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제3의 눈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추 한 알의 시선이다. 처음 열매가 망울지던 시절에는 눈조차 뜨지 못하던 작은 대추가 알이 굵고 단단한 대추로 무르익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눈을 뜬다. 대추는 비바람을, 번개를, 태양을 바라본다.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던 대추 한 알의 시선은 고추잠자리 날개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간다. 저 아래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는 경운기와 초승달 아래 허수아비까지 모두 대추 한 알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벌레 먹어 뒹구는 순간까지 대추 한 알은 눈을 감지 않는다. 저 너머 이랑에서 볏단을 묶는 이의 손목과 무릎을 보면서 오늘과 어제의 날들을 기억한다.

그림을 그린 유리 작가는 초기 스케치부터 진행 과정을 꾸준히 SNS에 기록했다. 그는 전작 ‘돼지 이야기’에서 극사실주의 작업이 얼마나 짙은 서사의 응집력을 지닐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자신이 대추 한 알과 함께 보낸 놀랍도록 성실하고 정밀한 시간의 경험을 고스란히 압축해내는 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제목을 보면서 ‘아는 시로 만든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독자는 책을 읽고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대추의 붉은 눈빛을 담아 다시 그려진 새로운 대추 한 알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신기하기만 한 어린이에게도, 그 이상의 회한을 아는 어른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 문학평론가
[ 많이 본 기사 ]
▶ 조국 딸 유급에도 장학금… 野 “정유라 사건 再版”
▶ 홍진영 언니 홍선영 20㎏ 감량 하고…결국 병원 신세
▶ “조국 일가 의혹 수사해달라”…이언주, 검찰에 고발장
▶ 물·바람에 몸 숨기는 ‘투명 미사일·잠수함’ 나올까
▶ “75억 투자약정 사모펀드 실질적 오너는 조국의 친척”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다른 학생 장학금 빼앗아 가” 학교측 “절차상 하자는 없어”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차례나 유급을..
mark“75억 투자약정 사모펀드 실질적 오너는 조국의 친척”
mark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여성 저항하자 벤츠 훔쳐 줄행랑
홍진영 언니 홍선영 20㎏ 감량 하고…결국 병원 신..
16세 청소년, 일가족 5명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
“조국 일가 의혹 수사해달라”…이언주, 검찰에 고발..
line
special news 탬파베이 최지만, 최고의 날…9회말 끝내기 역전..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28)이 9회 말 짜릿한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최지만은 19일(한국시간) ..

line
원통형 미끄럼틀 갇힌 10살 어린이 중태…업주 등..
“‘한강시신 살해’ 종로서에 자수하라” 경찰 피의자..
물·바람에 몸 숨기는 ‘투명 미사일·잠수함’ 나올까
photo_news
구혜선-안재현 소속사 “누구보다 이별 원하지..
photo_news
안 떨어지는 스타 몸값, ‘드라마 폐지’의 주역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스위스재단 “루브르 소장품은 복제품…‘젊은 모나리자’가 진품..
[인터넷 유머]
mark답답한 남편 스타일 5 mark외부 음식 반입 금지
topnew_title
number “고양·파주 차량까지 몰려 교통지옥…신분당..
美, 호르무즈 비용 포함 ‘50억달러’ 방위비 분..
“한명만 상처받길 원치 않아”…두 여성과 동..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접수 급증… 3년간 5..
나라 이 지경인데… 총선에만 목매는 민주-..
hot_photo
제네시스 ‘민트 콘셉트카’ 출격
hot_photo
강한나 “웃을 장면 아닌데 웃고·..
hot_photo
옷처럼 입는 로봇 개발…“걷기·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