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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10월 16일(金)
작은 대추가 바라본 세상… 자연의 아름다움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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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 장석주 지음, 유리 그림 / 이야기꽃

대추가 붉게 익어가는 가을, 대추의 마음을 읽는 그림책이 나왔다. 서울 한복판 큰 빌딩에 몇 구절이 걸려 있었던 적도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이다. 장석주 시인은 2005년에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를 통해 이 시를 발표했다.

시인은 작고 작은 대추 한 알 안에 깃든 사계절과 온 세상의 공력을 꿰뚫어보았고 읽는 이는 대추 한 알 뒤로 펼쳐져 있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한한 인과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감동을 느꼈다.

글이 함축하는 세계가 강렬할수록 병행하는 그림을 그리기는 더 어렵다. 글의 진행과 독립적으로 그림의 서사를 창조해야 하는 그림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림책 ‘대추 한 알’은 이 어려운 과제를 묵묵하고 충실하게 해냈다.

이 그림책에는 대추 한 알을 탄생부터 낙과의 순간까지 접사 촬영하듯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방식과 멀리서 그 대추나무와 아우러진 세계를 넓게 조망하는 두 가지 방식의 관점이 번갈아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제3의 눈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추 한 알의 시선이다. 처음 열매가 망울지던 시절에는 눈조차 뜨지 못하던 작은 대추가 알이 굵고 단단한 대추로 무르익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눈을 뜬다. 대추는 비바람을, 번개를, 태양을 바라본다.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던 대추 한 알의 시선은 고추잠자리 날개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간다. 저 아래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는 경운기와 초승달 아래 허수아비까지 모두 대추 한 알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벌레 먹어 뒹구는 순간까지 대추 한 알은 눈을 감지 않는다. 저 너머 이랑에서 볏단을 묶는 이의 손목과 무릎을 보면서 오늘과 어제의 날들을 기억한다.

그림을 그린 유리 작가는 초기 스케치부터 진행 과정을 꾸준히 SNS에 기록했다. 그는 전작 ‘돼지 이야기’에서 극사실주의 작업이 얼마나 짙은 서사의 응집력을 지닐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자신이 대추 한 알과 함께 보낸 놀랍도록 성실하고 정밀한 시간의 경험을 고스란히 압축해내는 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제목을 보면서 ‘아는 시로 만든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독자는 책을 읽고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대추의 붉은 눈빛을 담아 다시 그려진 새로운 대추 한 알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신기하기만 한 어린이에게도, 그 이상의 회한을 아는 어른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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