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해외 원정도박 수사…“중견기업인 6~7명 더 있다”

골프장 회장 소환 조사
200억대 해운사 대표 영장

‘정킷방’이 조폭 자금줄로
“회삿돈 쓴 기업인 상당수”

기업인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중견기업 대표 6~7명을 추가로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하고, 혐의가 확인되는 인사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마카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서 상습도박을 한 중견 기업인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고, 곧 추가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 기업인을 제외하고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인은 6~7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기업 H사 대표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9일 K 해운사 대표 문모(56) 씨에 대해 200억 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지난주에는 경기 광주시 골프장 회장 맹모(87) 씨를 소환 조사했다. 정운호(50)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상장업체 I사 대표 오모(54) 씨는 구속된 상태다. 이 가운데 맹 씨는 고령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맹 씨 외에) 고령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해야 하는 기업인이 더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번 동남아시아 일대 원정도박 수사와 관련해 20일까지 2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명은 구속 기소됐거나 구속된 상태이고,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업인 3명, 조직폭력배 9명, 브로커 2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조직폭력배와 브로커들은 동남아시아 각지에 각각의 활동 무대를 가지고 도박장을 개설했다. 이들은 외국 호텔의 카지노룸을 빌려 ‘정킷(junket)방’을 개설해 한국인들을 모았다. 구속된 조직폭력배들은 ‘학동파’ ‘영산포파’ ‘광주송정리파’ ‘영등포중앙파’ 등 소속 조직이 모두 달랐다.

검찰은 정킷방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조직폭력배들의 자금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도박을 할 경우 발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정킷방에 중견 기업인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도박을 해서 돈을 잃자 회사 돈을 끌어들인 기업인도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채·정철순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