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교 재배치’ 갈등… 舊도심 ‘텅텅’ vs 신도시 ‘포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학생 수가 급속히 줄어 송도로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 능허대중학교가 30개 교실 중 17개를 면학실 등 각종 교사·학습지원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1학년 면학실이 텅 비어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인구 변화 따라 심각한 ‘양극화’
구도심 학생수 7년새 58% 감소
송도는 평균 초과 ‘콩나물 교실’

학교 이전 계획 시의회서 발목
“시내 공동화 현상 가속화 우려”
신도시선 “교육 質저하 대책을”

인천 구도심 지역은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존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신도시 지역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학생 과다 유입으로 교육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도심 학교를 신도시 등으로 재배치해야 하지만 지역 공동화(空洞化) 등을 우려한 일부 학부모, 정치인 등의 반대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9일 인천시교육청, 인천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기존 학교 재배치 차원에서 지난 3월부터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연수구 옥련동 능허대중학교를 지역 내 학교가 부족한 송도로 이전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능허대중 이전 재배치안’은 지난 6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시 교육청은 관련 이전 비용 217억 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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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육청의 능허대중 송도 이전 추진은 능허대중을 포함한 옥련동 일대 구도심 지역 학교들의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송도 지역 학생 수는 급속히 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실제로 올해 능허대중 전교생은 340명으로 지난 2008년의 811명보다 58.1%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능허대중 인근의 옥련중과 인송중의 학생 수도 같은 기간 각각 47.7%와 44.5%씩 급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옥련동 일대 주민들이 송도국제도시 등으로 대거 이주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송도 지역 학교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과밀학급으로 교육 질 저하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인천 지역 공립중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1.7명, 능허대중은 26.2명인 반면에 송도 지역 학교들은 평균 35.9명으로 학생 수가 타 지역보다 훨씬 많다.

또 송도 지역 일부 중학교에서는 급식실 전체 좌석이 한 학년 학생 수보다도 적어 급식 시간에는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식사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다. 학생 수가 증가한 데다 운동장이 좁아 체육시간에는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가 하면 학생들이 방과 후에 운동도 제대로 못 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시 교육청의 이전 재배치안은 이례적으로 인천시의회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시의회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 교육청이 제안한 이전 재배치안을 보류시켰다. 시의회는 능허대중 학부모들의 이전 거부, 이전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권영남 시 교육청 학교설립팀장은 “교육부가 학교 신설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지역 간 교육 균형을 맞추려면 학교를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며 “구도심 지역 학생은 갈수록 줄고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의 학생 수는 급격히 늘고 있어 앞으로 제2, 제3의 능허대중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송도 주민 박모(여·43) 씨는 이와 관련, “수 년 전 모 학교의 송도 이전이 일부 시의원, 지역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원들이 혹시 능허대중 이전을 정치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도 구도심 학교의 신도시 이전에 앞서 구도심 지역의 공동화, 교육질 저하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