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北 가겠다는 潘

반기문 23일 訪北 보도

“김정은에 이용만” 우려도
靑선 파장 우려‘선긋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중국 신화(新華)통신이 북한 조선중앙통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반 총장의 방북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반 총장의 방북이 경색된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를 해소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19일 유엔 회의를 마치고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뒤 이 회의의 종료와 함께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반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왔다.

대북 전문가들이나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이 방북할 경우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찾기가 절실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제1위원장은 최근 호전된 경제 상황과 안정되고 있는 정치적 위상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김 제1위원장이 방북에 강한 의욕을 갖는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방북 추진 행보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개입하는 상황이 국제적으로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데다가 아직 정확한 방북 일정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일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현재 청와대가 반 총장의 방북 보도와 관련해 방북 추진 현황 파악 등 구체적인 액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유엔 대변인이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더 이상 청와대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였지만 방북과 관련해 유엔의 대응과 방침을 점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 총장의 방북이 최종 성사될 경우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각종 억측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마닐라=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