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KPGA ‘잃어버린 4년’ 보상 받을까

애초 2명의 후보가 등록했던 한국 프로골프협회(KPGA) 차기 회장 선거가 우여곡절 끝에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단독 후보로 남게 됐습니다. 양 후보는 오는 28일 대의원 총회에서 과반수의 찬성만 받으면 회장으로 선출됩니다.

KPGA는 4년 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협회장을 사퇴한 이후 후임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집안싸움을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선수 출신 회장 카드를 버렸습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받은 ‘레전드’ 최상호 프로도 회장 출마를 결심했다가, 외부 인사의 출마 소식에 미련없이 뜻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선거도 치르기 전 KPGA가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양 후보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데다, KPGA 선거관리위원장인 이일안 고문이 19일 밤 사퇴 의사를 밝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회장 출마를 선언했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후보 등록 하루 만에 사퇴하자 그 이유가 ‘외압설’ 때문이란 소문이 번지고 있습니다. 실제 후보 등록을 전후해 SNS를 통해 방송사 오너와 사장단의 양 후보 지지 발언과 대기업 오너와 사장단으로 구성된 광고주 협회 명단이 담겨있는 출처 불명의 괴문서가 다수의 KPGA 회원 등에게 유포됐습니다. 일부 취재 기자들도 이 문서를 입수했을 정도입니다. 또 양 후보의 협회 운영 스타일을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KPGA 일부 원로 회원들은 “양 후보가 사석에서 협회를 소신껏 이끌기 위해 필요하다면 독재라도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72세의 양 후보를 추천한 것은 협회 개혁을 내세운 30∼40대 소장파 회원들이어서 자칫 50대 이상의 회원들과의 반목이 예견되는 대목입니다. 양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사퇴한 김상열 회장 안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 후보는 그동안 정치권에 몸담았고 방송광고공사 사장을 지내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20개 이상의 코리안 투어 개최를 추진해 자생력을 갖추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김 회장은 대회 장소와 후원 기업, 상금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12개 대회 신설과 사재 40억 원과 다른 기업 후원으로 협회에 모두 60억 원의 기금 마련 안까지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일부 회원 중에는 “최근 사태를 보면서 대의원 총회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KPGA는 양 후보를 ‘잃어버린 4년’을 보상해줄 구원투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 후보가 흔들리는 ‘KPGA 호’를 과연 진정시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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