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수단 출범 1년>‘싸게, 빨리’ 방산정책에… 토종방산업체만 죽어나

이명박정부 때 방위사업 분야에 처음 도입된 저가경쟁입찰제는 해외업체와의 역차별로 토종방산업체를 고사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연구개발 사업 입찰 때 예산 대비 60∼80%의 저가 입찰이 구조화돼 있다. 최근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어렵게 따낸 20억 원대 특수총기 구입사업에 70% 이하의 저가경쟁 입찰이 실시되다 보니 업체가 참여를 포기해 전력화 사업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산 반영 때 감액이 포함될 경우 50∼70% 수준으로,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사례도 있다”며 “예산 대비 70% 이하의 저가 입찰로는 군이 요구하는 높은 성능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최대 성과로 꼽는 수사사례 중에는 저가경쟁입찰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작전 헬기 도입사업과,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사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대금 편취사건 등이다. 해상작전 헬기 사업은 요구성능에 미달하는 시험평가 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해 현역 해군 소장, 예비역 해군 소장,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등 8명이 구속 기소됐다.

앞서 이명박정부 시절, 대대급 마일즈 다중통합레이저교전체계 장비, 해군 고속정 발전기, K-9 자주포 서보실린더, 휴대용 화학 작용제 탐지장비, 항만 경비정, 군 급식 수의계약 납품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은 방위사업 대부분이 저가경쟁입찰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저가경쟁입찰제 도입으로 방산업계에 회자된 게 ‘싸게, 빨리, 좋게’ 방산정책이다. 가장 정교하고 신중하게 개발해야 할 국산무기 개발사업이 적은 예산으로,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좋은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과욕은 부실무기 양산과 부패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합수단 수사로 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K-11 복합소총 사격통제장치 납품 비리사건이다.

합수단은 “사격통제장치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공모해 충격시험검사 장비인 치구를 임의로 조작해 납품 대금 5억4000만 원을 편취한 임원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며 “1심에서 실형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K-11 복합소총은 현재 충격으로 사격통제장치 균열이 발생해 생산이 중지됐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격에 강하고 크기를 줄인 새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