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도리화가’… 슬프고 아프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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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여성 소리꾼의 운명개척 과정
아프고… 사랑의 감정 억누르는 애틋함
예쁘다… 전국 절경 담은 빼어난 영상미

슬프고, 아프고, 예쁘다.

영화 ‘도리화가’는 남자만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금기와 편견을 깨고 여류 소리꾼이 된 한 소녀의 성장기와 그가 겪은 사랑의 아픔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펼쳐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기생집에서 자란 소녀가 우연히 접한 판소리에 매료돼 소리꾼의 꿈을 품은 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이야기가 슬프게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스승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키우지만 스승의 앞길을 위해 애틋한 마음을 속으로 숨긴 채 긴 세월을 지내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또 경복궁 경회루를 비롯해 부안, 안동, 합천, 남원, 순천, 부여, 청도, 문경 등 전국을 돌며 절경을 담아낸 예쁜 영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

어머니와 사별한 아픔을 안고 살던 어린 진채선은 장터에서 판소리를 처음 듣고, 슬픈 가락에 눈물을 흘린다. 소녀로 자란 채선(배수지)은 어린 시절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다 보면 웃게 된다”고 말해준 소리꾼 신재효(류승룡)를 찾아가 소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인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채선은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를 제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소리를 찾던 신재효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최고 권력자 흥선대원군(김남길)이 경복궁 중건을 기념해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낙성연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 소리경연에 참가하기 위해 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여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다소 밋밋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류승룡, 배수지와 동리정사 소리 선생 김세종 역의 송새벽, 동리정사의 문하생 칠성, 용복을 각각 연기한 이동휘, 안재홍 등 출연 배우들의 서로 받쳐주는 고른 ‘너름새’(연기)가 영화의 맛을 잘 살려냈다. 여기에 영화 ‘아저씨’에서 형사로 나왔던 이종필 감독의 적절한 연출이 어우러져 초반부터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 후반부에 뭉근히 밀려드는, 만듦새 좋은 작품이 완성됐다.

신재효, 진채선, 김세종 등은 모두 실존 인물로, 출연 배우들은 1년여간 명창들에게 소리와 북을 배워 판소리 장면을 직접 소화해냈다. 도리화가(桃李花歌)는 신재효가 제자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어 지은 단가(짧은 판소리)의 제목이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